온기가 있는 도시락을 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이들은 오후 2시경 도시락 배달이 끝나자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홍 씨는 올해 3월부터 매주 토요일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실제 홍 씨는 차를 운전만 하고 딸 소라 양과 아들 영덕(13) 군이 번갈아가며 격주로 도시락을 배달한다.
이처럼 ‘가족 단위 봉사활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고광순(高光順·48·여·서울 노원구 월계동) 씨와 고교 2년생 김수진(17) 양은 시간이 날 때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홀로 사는 이녹선(69) 할머니를 찾아뵌다. 남편과 헤어지고 가족과도 떨어져 지낸 이 할머니는 30년 동안 홀로 외롭게 지내 왔다. 고 씨도 딸이 한 살 때 남편과 이혼하고 16년간 홀로 딸을 키웠다.
고 씨는 “딸이 아버지도 형제도 없이 혼자 자라서 남을 배려하거나 공경하는 마음이 없을까봐 독거노인 방문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 씨는 “수진이가 할머니를 알고 나서 성격도 밝아지고 없던 애교도 부린다”며 “일요일마다 격주로 딸과 함께 장애인 목욕 봉사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두 딸과 함께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주최하는 ‘기아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강남대 최호천(崔浩天·산업디자인) 교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족 단위 참가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월드비전은 기아체험 행사장에 올해 처음 가족 캠프장을 신설했다.
최 교수는 “아이에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심어 주고 싶어 시작했지만 점점 봉사의 기쁨을 나누게 됐다”면서 “어느 순간 독거노인이나 불우한 아이들을 부양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가족의 꿈이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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