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상록]中에 쫓기는 가전산업 ‘블루오션’ 찾아야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중국이 우리 기업들보다 훨씬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이제 차별화되지 않은 가전제품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원가를 계속 줄여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최근 LG전자 신제품 행사장에서 만난 이 회사 디지털가전(DA) 사업본부장 이영하(李榮夏) 부사장은 한국 가전업계가 처한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 가전제품은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 산업과 달리 후발 업체와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 인건비나 물류비 등 고정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제품 경쟁력과 직결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고정비용은 중국보다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 양대 가전업체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영업 실적 변화는 이런 고민을 잘 보여준다. LG전자의 가전부문 영업이익은 2001년 6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4500억 원대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1800억 원대 흑자에서 500억 원 이상 적자로 돌아섰다. 14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서도 가전부문은 400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 전자레인지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가전업체 갈란츠(Galanz)에 밀려 전자레인지 사업을 축소했다. 중국 최대의 가전기업 하이얼(海爾·Haier)이 국내 시장에 내놓은 50만 원대 와인 냉장고는 100만∼190만 원대인 국내 제품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 때문에 국내 가전업체는 살길 찾기에 여념이 없다.

LG전자는 경남 창원시의 가전공장을 프리미엄 제품과 연구개발(R&D)에 집중하게 하고 수출은 해외에서 현지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 중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7월 경기 수원시의 세탁기 에어컨 공장을 냉장고와 청소기 생산라인이 있는 광주로 옮겼다. 원가의 10%에 이르는 인건비와 물류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제품 차별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융합(컨버전스)과 디자인 차별화, 고급 제품 등을 통해 낮은 인건비 등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低價) 공세에 견딜 수 있는 ‘블루 오션’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로에 선 한국 가전산업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상록 경제부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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