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1년 이브 몽탕 출생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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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 갈수록 그리워지는 노래가 있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이자 가수이던 이브 몽탕(1921∼1991)이 1946년 영화 ‘밤의 문’에 출연해 불러 유명해진 노래 ‘낙엽(落葉)’이다.

“그 시절의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고/ 태양은 더 뜨겁게 우리를 비추었다오/ 무수한 낙엽이 뒹굴고 있소/ 추억도 그리움도 그 낙엽과 같다는 걸/ 북풍은 낙엽마저 차가운 망각의 밤으로 쓸어가 버리네.”

가을의 허무함을 느끼게 하는 노래이지만 이브 몽탕 자신의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1921년 10월 13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태어난 그는 공산당원인 아버지를 따라 파시스트의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이주했고 공장노동자와 미용보조사 등을 거쳐 청년 시절 가수가 될 기회를 잡아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샹송 가수에서 영화배우로 영역을 넓혀 왕성한 활동을 펼친 그는 무명 가수이던 자신을 키워 준 에디트 피아프뿐만 아니라 메릴린 먼로, 셜리 매클레인,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아자니 등 수많은 여배우와 염문을 뿌렸고 그 로맨스는 인구에 널리 회자돼 오고 있다.

1960년 영화배우인 부인 시몬 시뇨레가 로마로 촬영을 떠나고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스에 혼자 남게 된 그는 당시 촬영 중이던 영화 ‘사랑합시다’에서의 상대역 메릴린 먼로와 깊은 관계에 빠져들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다. “메릴린의 웃음은 그야말로 뇌쇄적이었다. 나는 그의 분장실로 찾아갔다. 그녀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는 밤이면 인디언처럼 교묘한 꾀를 내어 내 호텔로 찾아왔다.”(‘세기의 연인 이브 몽탕의 고백’에서)

스캔들이 알려지자 신문 잡지들이 대서특필했고 그의 부인 시몬 시뇨레도 이를 알게 됐다. 이브 몽탕은 부인에게 모든 걸 털어놨다. 부인은 그 뒤 TV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메릴린 먼로가 품에 안겨 있는데 무감각할 남자가 어디 그리 많겠어요?” 이 재치 있는 발언은 남편의 죄를 씻어 주는 동시에 자신을 지혜로운 여인으로 만들었다. 시몬 시뇨레의 사랑의 그릇이 무척 컸던 것이다. 그 속에서 먼로의 회오리도 찻잔 속의 태풍이 돼 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가 연예인으로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 그는 피카소, 사르트르, 흐루시초프 등 당대의 다양한 인물들과 교유하면서 반전운동, 핵실험 반대 등의 사회 활동을 편 지성인이기도 했다. 그는 부인 시몬 시뇨레와 함께 프랑스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문화인이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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