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윤병철]미래로 가는 지도자 보고싶다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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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우리의 장래를 좌우하는 것은 어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단합해서 노력하고 땀을 흘려야 제대로 추진력을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온통 과거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경제의 성장 동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반(反)기업 정서는 드세고 분배 논쟁은 끝이 없다. 기업은 투자를 해서 경제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국가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의 도청 파문, 과거사 정리 문제 같은 것들도 도무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우리는 과연 과거 문제로 날밤을 지새워도 좋을 정도로 여유로운가.

국제 사회는 이미 이념 문제에 종지부를 찍고, 어떻게 하면 자국의 이익을 더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싫든 좋든 세계화를 대세로 받아들이고 영역 확장을 위해 피나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런 비전도 없이 현실에 나타나는 문제만 놓고 반목과 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흥성하는 국가나 사회, 조직에는 참다운 지도자, 진정한 리더십이 있었다. 그 시대의 환경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멀리 내다보고 구성원이 염원하는 미래상을 제시하여 그들의 힘을 한데 모으고 그 실현에 앞장서는 용기 있는 사람이 바로 참다운 지도자다. 그는 일어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언제나 문제를 예측하여 이를 방지하고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원인을 따지고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모든 구성원의 생각을 하나로 묶어 그들이 열의를 갖고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고 독려한다. 과거란 인식의 대상일 뿐 인간의 삶은 오직 미래를 살아가는 것이란 점을 굳게 믿고 실천한다.

국가나 사회 어느 분야건 참다운 지도자로 가득하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그렇다고 해서 낙담만 해서는 희망이 없다. 조정의 무력함과 끊임없는 정쟁 속에서도 오직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위해 외로이 전라 좌수영을 이끌면서 거북선을 건조하고 군사를 조련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리더가 결코 적지 않다. 꼭두새벽부터 소의 난자를 구하러 다니는 수고 끝에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 불치병 치료의 전기를 마련한 황우석 박사,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란 신념으로 지역 주민에게 평생교육을 실시해 전남 장성군을 1등 군으로 만든 김흥식 군수, “의사를 할 사람은 많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박멸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흔치 않으므로 내가 할 일은 바로 이것”이라고 결심한 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백신 원천기술을 미국의 글로벌 기업에 수출까지 하게 된 안철수 씨 등 수없이 많다. 바른 길을 걸으며 전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이런 분들이 있기에 오늘의 혼란 속에서도 우리 사회는 쉽게 좌초하지 않는 것이다.

나날이 위축되는 성장 잠재력, 고령화로 늙어 가는 사회, 거대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중국 경제의 위협 속에 우리는 누구를 탓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 비판만 하기보다 진정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자성하고 스스로 할 일을 찾는 자세가 절실하다. 전체 사회의 발전이라는 비전을 갖고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각계의 리더에게 힘과 용기를 내도록 격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기본을 지켜 바르게 살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러저러한 모임을 구성하고 각계의 숨은 리더들을 발굴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참신하고 고마운 일이다.

다양성이 커진 사회에선 각계각층이 진정한 리더십을 확립하고 다 같이 노력함으로써 전체 사회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런 공감대 속에서 모두가 납득하고 한마음이 될 수 있는 구호가 나온다면 그것은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윤병철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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