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권력과 싸운 검사들’ 그후…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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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검찰 인사 때 검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당시 여권 실세였던 임창열(林昌烈) 경기도지사 부부를 구속한 인천지검 수사팀의 거취였다.

인천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수뇌부의 권고에 정면 반발하면서까지 수사를 밀어붙였기 때문. 발표 결과는 지검장과 차장, 주임 검사 모두 대검과 서울고검의 한직이었다. 당시 검찰 주변의 평가는 ‘눈에 띄는 불이익도 없었지만, 요직 진입도 없었다’는 것. 검사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아쉬워했다.

12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놓고 뒷말이 나온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에서 여권 인사를 수사한 검사들의 보직 때문이다.

수사를 전담 지휘한 간부는 지방의 지청장으로 전보됐다. 동기들이 인기 좋은 서울 인근의 지청장이나 대검찰청 주요 보직에 배치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열린우리당 신계륜(申溪輪) 이광재(李光宰) 염동연(廉東淵) 의원의 수사를 담당했던 특별수사통의 중견 검사는 전공 분야가 바뀌어 지방 검찰청으로 전보됐다.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86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씨를 수사한 한 평검사는 보직이 애매한 형편이다. 지방 검찰청 소속이면서 파견 형식으로 대검 중앙수사부에 근무해 온 터라 돌아가기도, 눌러앉기도 어정쩡한 상황이 된 것이다.

법무부는 기소한 사건에 대한 무죄율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인사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기치로 내건 상황이어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 나름대로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살아있는 권력을 파헤친 검사들에 대한 보답이 이래서야 누가 권력을 향해 칼을 빼어들 것인가”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노(No) 하면 절대 안 되는 게 검찰 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어쨌거나 “권력과 싸운 검사의 끝은 씁쓸하다”란 뒷말이 나와서는 성공한 인사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 인사는 ‘검사는 거악 척결이란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면 그만’이란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식으로 행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조수진 사회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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