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50년 호텔왕 리츠 출생

  • 입력 2005년 2월 2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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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 2월 23일 ‘호텔리어들의 왕, 왕들의 호텔 경영인’으로 불리는 세자르 리츠가 스위스 산간 작은 마을 니더발트에서 양치기의 13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그는 ‘매우 사치스러운, 호사스러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리치(ritzy)’의 어원이 됐다.

리츠는 마을 레스토랑 종업원으로 시작해 각지의 호텔과 레스토랑을 전전했다. 그의 꿈은 최고의 명사가 환상이라고 여길 수준의 호텔을 만드는 것.

그는 1889년 영국 런던 사보이호텔 관리인이 되면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사보이호텔의 광고 내용은 당시로서는 너무 호사스러워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모든 곳에 가스등이 아닌 전등 설치. 매끄럽게 움직이는 호화 엘리베이터. 복도에도 24시간 난방. 총 욕실 수 70개.”

1898년 그는 프랑스 파리에 ‘리츠호텔’을 개관했다. 베르사유궁전을 옮겨 놓은 듯한 내부, 걸어 내려오는 여인의 드레스 자락이 가장 우아하게 보이게 설계했다는 로비 계단, 의자마다 정교하게 설치된 황동 핸드백 걸이….

호텔 역사상 최초로 각 객실에 욕실 전화기 붙박이장 등이 설치됐다. 은은한 객실 분위기를 위해 전등에 복숭아 색깔 커버를 씌우는 간접조명도 도입됐다.

에드워드 7세, 윈저 공과 심프슨 부인,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 영국 왕족과 헤밍웨이, 프루스트, 피츠제럴드 등 문화계 인사가 리츠호텔의 단골. 향수로 유명한 가브리엘 샤넬은 1937년부터 37년간 이 호텔에서 살았다.

리츠는 “고객은 황제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직원들을 다그쳤으며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이 같은 완벽주의는 끝내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는 16년간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1919년 사망했다.

1979년 리츠 일가로부터 리츠호텔을 인수한 이집트 출신 사업가 무하마드 알 파예드 씨는 9년간의 보수공사를 통해 현대식 호화로움까지 가미했다.

리츠호텔은 ‘고급 호텔 서비스’의 표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은 바쁘게 하루를 살면서도 가끔 동화 속 여왕 같은 삶을 꿈꾼다. 호텔은 이들에게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판타지’를 제공하고 있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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