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족이다]‘어머니’ 고두심씨가 이땅 어머니들에게

  • 입력 2005년 1월 9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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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양대 방송사 연기대상 2관왕을 차지하며 수상소감에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말로 세상의 자녀들을 감동시킨 탤런트 고두심. 바쁜 촬영 현장에서 짬을 내 미처 끝내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찬사를 글로 적었다.》

요즘 어머니의 심장박동을 자주 느낀다. 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심장 뛰는 소리가 생전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한 번 자맥질에 얼마나 오랫동안 호흡을 끊고 견디느냐가 가족의 생계와 직결되었던 제주 해녀 어머니. 제주의 바람을 가슴에 안고 살아 온 여자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강하고 끈질기며 넉넉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밤샘 촬영을 하고 지친 몸을 누이면 새삼 나를 휘감아온다.

지난 연말 MBC와 KBS에서 ‘2004년 연기대상’을 받는 순간, 내 눈 앞에는 온통 제주 바다에 떠 있는 어머니 모습뿐이었다. 내가 아닌 어머니의 목소리로 나는 수상소감을 말했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어머니의 힘은 위대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며칠 전 나는 다시 한번 어머니의 체취를 맡게 해 준 ‘어머니 당신이 희망입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스무 편의 글을 보며, 역시 어두운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내는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선생님에게 맞고 온 아이를 보고 학교로 달려가 조용하면서도 당차게 “아이가 숙제를 안 해왔거나 공부시간에 장난을 쳐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 겁니다. 부모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된 것이니 절 혼내 주십시오. 제 손바닥을 때려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어머니.(최영순 씨의 ‘어머니는 울지 않는다’에서)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공부 잘해 받은 자식의 양은도시락을 온 동네 사람에게 자랑하는 것도 모자라 자랑스러운 딸의 모습을 가슴에 간직하듯 오랜 세월 보관해 온 어머니.(이성재 씨의 ‘벤또’에서)

이들은 바로 나의 어머니요, 우리의 어머니였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가 가족의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어머니의 사랑으로 인해 자식들이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MBC ‘한강수타령’을 찍기 위해 시장에 나가 보면 요즘 정말 살기 어렵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빚을 못 갚아 가족이 동반자살하고, 우량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 번듯한 사람들이 노숙자가 되는 세상을 보면 어찌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밥 한 끼 못 먹고 시래기죽으로 연명하면서도 결코 가족을 포기하지 않았던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다. 돌쟁이를 업고 생선을 팔면서도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왔던 어머니의 힘을 알고 있다.

외환위기를 아버지의 힘으로 견뎠다면, 외환위기보다 더 어렵다는 지금은 어머니의 용기와 저력이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가는 근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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