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0년 비틀스 멤버 존 레넌 피살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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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2월 8일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이 살던 미국 뉴욕 맨해튼 아파트 앞.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 씨는 귀가하는 레넌에게 5발의 총을 쐈다. 당시 25세였던 채프먼 씨는 지금도 뉴욕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반전 평화 운동을 하던 레넌을 눈엣가시로 여긴 극우집단의 짓이라거나 레넌을 악마라고 생각한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소행이라는 등 온갖 음모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공식적인 살해 이유는 광적인 팬 채프먼 씨가 레넌에 대한 집착 때문에 저질렀다는 것이다.

채프먼 씨에게 비틀스는 우상이었다. 비틀스 포스터로 침실 벽을 도배하고 비틀스의 더벅머리 스타일을 따라했다.

레넌과 채프먼 씨는 둘 다 사춘기 시절 음악에 빠졌고 연상의 일본 여성과 결혼했다.

채프먼 씨는 1980년 10월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근무일지의 서명란에 ‘존 레넌’이라고 사인했다.

심리학자들은 동일시나 집착이 지나치면 ‘네가 내가 아니라는 것’ 혹은 ‘네가 나와 별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1989년 7월 여배우 레베카 섀퍼가 자신의 집에서 스토커의 총에 맞아 숨졌다. 3년간 편지를 보내고 촬영장에 난입하며 섀퍼를 따라다녔던 이 스토커는 섀퍼의 개인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사설탐정까지 고용했다.

이탈리아 출신 패션 거장 잔니 베르사체는 1997년 20대 동성애자 스토커에게 살해당했다. 팝스타 마돈나는 40대 스토커에게 5년이나 살해 위협을 받았고, 배우 마이클 J 폭스는 약 5000통의 협박 편지를 받았다.

사랑이 집착으로, 아름다운 관계가 공포와 절망의 관계로 변하는 일은 유명인사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생긴다.

뉴욕타임스는 미 연방수사국(FBI) 통계를 인용해 1998년 미국에서 살해된 여성 3419명 중 32%가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피살됐다고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피해 여성의 상당수가 연인이나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후 살해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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