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트’ 정치권에 본격 접목되나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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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제기한 ‘뉴라이트’(New Right) 운동을 정치권에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2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자유주의연대의 발족 등과 관련해 “최근 386 출신 인사들이 참된 자유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며 “한나라당도 건강한 개혁 보수정당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데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심재철(沈在哲) 전략기획위원장도 “이념 지도가 조금씩 바뀌는 게 아닌가 주목하고 있다”며 “그동안 침묵하던 중도 보수의 목소리들이 결집되고 있는 것을 중요한 사회 변화의 흐름으로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뉴라이트 운동의 중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화 운동 경력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언급은 당내 소장파 및 일부 중도 성향 의원들의 이른바 ‘중원(中原·중도 성향 유권자 지칭) 확장론’과도 맞물릴 수 있어 주목된다.

한 소장파 초선 의원은 이날 “늦은 감은 있지만 동아일보가 제기한 자유주의 시장주의 국제주의라는 뉴라이트의 이념을 환영한다”며 “정기 국회가 끝난 뒤 앞으로 당내 이념 투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한편 기존 보수세력의 반성을 촉구하는 뉴라이트 운동의 취지가 한나라당 때문에 굴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이날 “현 정권 들어 송두율 사건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려는 기도가 계속된 상태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세력이 절실했다”고 말해 뉴라이트 운동과는 인식 차를 보였다.

한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뉴라이트 움직임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호중(尹昊重) 의원은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의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그런 움직임이 자칫 자신과 남을 또 다른 이념적 기준에 따라 편가르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기존의 좌우 논쟁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86 운동권 출신인 한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미래지향적 보수로 태어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색깔론의 벽을 뛰어넘어 선의의 경쟁을 지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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