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老年 보내는 장수마을 추진… 공공법인에 투자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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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은퇴한 A씨(65). 복합노인복지단지인 ‘금빛마을’(가칭)에 거주하는 그의 하루는 가벼운 산책으로 시작된다. 오전에는 쉬엄쉬엄 텃밭을 가꾸고 오후에는 친구들과 레크리에이션을 즐긴다.

복지단지를 운영하는 공공법인에선 A씨에게 매월 최고 80만원(하루 4시간 노동 기준)의 용돈을 지급한다.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입주할 때 법인에 2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매월 40만원의 수입이 보장된다.

나이가 들어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마을 가운데 위치한 ‘케어(care)센터’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무상으로 돌봄을 받는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므로 재정적 안정성이 보장된다. 입주 10년 이내에 사망할 경우 일정한 비율에 따라 원금을 돌려준다.

고령화시대의 한 대안으로 이처럼 노인들이 적당히 일도 하면서 함께 모여 생활할 수 있는 복합노인복지단지인 ‘장수마을’ 건설이 추진된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이정재(李政宰) 교수 연구팀은 8일 “현재 보건복지부 농림부 농업기반공사 등과 장수마을 건설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전북 순창군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복지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수마을은 의료시설과 주거복지시설, 여가시설을 갖춘 100∼500가구 규모로 구성된다.

입주 대상은 귀농을 희망하는 60세 내외의 도시 은퇴자로 1억5000만∼2억여원의 기금을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법인에 기탁하는 방식으로 입주한 뒤 복지 혜택을 받으며 적절한 노동에 종사하게 된다.

법인은 이들과 함께 고추장 공장, 유기농산물 생산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수익사업을 운영해 수익금을 입주자에게 분배한다. 또 입주자들이 사망할 때까지 의료 등의 지원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농촌자원개발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55세 이상 도시에 거주하는 잠재적 은퇴 인구 중 은퇴 후 농촌 이주 의사가 있는 사람이 58.2%”라며 “농어촌을 활용한 ‘생산복지’가 고령화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적당한 노동과 책임감, 여유 있는 생활이 ‘건강한 장수’의 조건”이라며 “‘부양받는 노년’에서 ‘즐겁게 일하는 노년’으로 복지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업은 1년 내내 활동이 지속되며 기술적 어려움이 없어 상대적으로 느리고 근력이 부족한 노인의 재취업에 적합하다는 것.

연구팀은 “이 같은 단지를 전국에 1000여개 조성할 경우 2015년에 예상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630만명 중 5%가량이 재취업하는 효과가 있다”며 “또한 농어촌 활성화 및 이들을 돌보기 위한 전문인력의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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