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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5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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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1880년부터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를 ‘아름다운 시절’(벨 에포크)이라고 부른다. 거기에는 1차대전이라는 참화를 겪기 전 시대에 대한 막연한 향수가 섞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전화, 무선, X선, 영화, 자동차, 비행기 등 과학기술상의 혁신과 함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정신분석, 입체파, 상대성이론 등 화려한 지성사의 불꽃놀이가 펼쳐진 것도 사실이다.
근대 문화사와 지성사의 권위자인 저자(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이 시대의 문화사를 매혹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것은 이 시대에 근대적 시공간 개념이 형성됐다는 점에 주목해 시간과 공간이라는 철학적 범주를 역사에 대입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축음기와 사진기의 발명을 통해 ‘과거’가 새로운 선물로 주어졌다거나, 회화에서 오브제와 배경 사이, 종교에서 성과 속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근대공간에서 중심과 주변이 붕괴했다는 식의 설명이다.
이러한 시공간의 변화 속에 제임스 조이스, 프로이트, 피카소, 후설, 아인슈타인 등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 과학자를 병치시킨 저자의 박물학적 지식이 경탄을 자아낸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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