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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2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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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이 항상 경제학적 모델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지만, 경제학자들은 모델을 정교하게 만듦으로써 현실에 좀 더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발달한 ‘행동 경제학(신경 경제학)’은 인간 행동에 대한 근본 가정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한 학자는 “인간의 행동이 이성과 감정이라는 두 마리 말에 이끌리는 쌍두마차라는 비유는 옳지만, 이성은 작은 조랑말일 뿐이고 감정은 커다란 코끼리만 하다”고 주장한다.
▷행동 경제학의 중요한 실험도구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 장치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사람들이 경제적 결정을 내릴 때 뇌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과거 이해하기 어려웠던 경제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 투자자들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주식을 파는 것인지, 혹은 막연한 공포에 휩싸여 투매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fMRI 장비로 사람들의 정치적인 판단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자신과 국가 미래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 얼마나 작용하는지, 정치가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개인적인 욕심이나 감정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MRI의 세계적 권위자를 영입하는 등 뇌 과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행정수도 이전과 과거사 청산, 보안법 개폐 등 굵직한 정치적 사안이 끊임없이 제기돼 있어 실험 대상도 충분하니 이러한 연구에 이상적인 환경이 아닐까.
오 세 정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물리학 sjoh@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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