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62년 미국작가 오 헨리 출생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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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87센트. 그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시작되는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은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게 한다.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시곗줄을 장만한 아내. 그리고 그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빗을 산 남편. 눈물이 핑 도는 기막힌 ‘우연의 일치’에 부부는 희미하게 웃는다. “우리가 지금 쓰기엔 너무 비싼 선물이구려….”

“우리는 우울할 때 오 헨리의 단편을 읽는다.”(전기작가 로버트 데이비드)

모파상이나 체호프에 자주 비교되는 헨리. 그는 삭막했던 미국의 단편소설에 ‘사람의 옷’을 입혔다. ‘휴머나이즈(humanize)’했다.

그는 인간의 심리와 인정(人情)의 기미에 민감했으니 유머와 연민(憐憫), 짙은 페이소스는 그 소산이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뜻밖의 반전(反轉)을 지어내는 ‘트위스트 엔딩(twist ending)’. 그것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큰한 감동을 자아낸다.

헨리는 세 살 때 폐결핵으로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본명인 ‘윌리엄 포터’ 그대로 짐꾼의 젊은 나날을 떠돌았다. 숙부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다 스물 되던 해 그 황량한 텍사스로 훌쩍 떠나 카우보이, 우편배달부, 점원, 공장 직공을 전전한다.

17세의 가녀린 소녀 로치와 결혼한 뒤 잠시 은행에 몸담기도 했으나 공금횡령혐의로 쫓기는 몸이 된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내 체포됐다.

3년간의 감옥생활은 비참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의 영혼이 이렇게 싸구려로 내팽개쳐지다니….”

그러나 교도소 담장의 담쟁이덩굴은 ‘마지막 잎새’의 모티브가 되었으니 그의 인생유전은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든다.

그는 ‘맨해튼의 계관시인’이었다. “지하철 위에 건설된 바그다드”라고 불렀던 뉴욕의 보통사람들, 대도시 뒷골목의 서민들과 빈민들을 즐겨 묘사했다.

그의 말년은 스산하다.

‘첫사랑’ 콜먼과의 재혼생활은 삐걱거렸고 금전상 압박과 알코올 중독에서 끝내 헤어나지 못했다.

좀처럼 글을 쓰지 못하다 마흔여덟이 되던 해 그는 생(生)의 ‘마지막 잎새’를 떨구었다.

“마음은 항상 미래에 가 있으니 현재는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시름 속에 사라질 것이나, 그 또한 그리움으로 남으리….”(푸슈킨)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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