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왜 안갑니까”… ‘병역 명문가’ 류범열씨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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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이행 명문가 신고합니다”국방부는 10일 서울 동작구 공군회관에서 3대째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병역 명문가’ 40가문 가운데 20여 가문을 선정해 시상했다. 거수경례하는 수상자들 가운데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대통령상 수상자인 류범열씨. 박주일기자
“병역이행 명문가 신고합니다”
국방부는 10일 서울 동작구 공군회관에서 3대째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병역 명문가’ 40가문 가운데 20여 가문을 선정해 시상했다. 거수경례하는 수상자들 가운데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대통령상 수상자인 류범열씨. 박주일기자
“아버지께서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로 평생 투병하셨는데 아들인 제가 군대 간다니까 ‘잘 다녀오라’고 하셨어요. 왜 군대를 안 갑니까? 우리 가족은 군대 가서 죽고 다쳤지만 한 번도 군대 간 것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10일 병무청으로부터 ‘병역이행 명문가’에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은 류범열씨(31·대구 동구)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병역이행 명문가란 3대(代)가 모두 현역 병사나 부사관, 장교로 복무기간을 정상적으로 마친 가문. 병무청은 올해 처음 병역이행 명문가 40가문을 선정했다.

류씨 가문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류씨 자신이 모두 병역을 마쳤을 뿐 아니라 3대 모두가 국가유공자이기 때문에 다른 가문을 제치고 최고의 대통령상을 받았다.

류씨의 할아버지인 고 류기태씨는 6·25전쟁이 터진 지 2개월 만인 1950년 8월 육군에 자진 입대해 두 달 만에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둔 채 전사했다.

류씨의 아버지인 고 류근영씨는 농부로 생활하다 21세 되던 65년 육군에 입대했으며 같은 해 10월 월남(현 베트남)에 파병됐다. 67년 병장으로 만기 전역해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2002년 숨졌다.

범열씨는 대학생이던 95년 9월 동부전선 최전방의 육군 을지부대에 입대했다. 군에 얽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불운에도 불구하고 류씨는 “한국 남자라면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군문에 들어갔다.

운전병으로 복무하던 그는 97년 부대 차량을 점검하던 중 배터리가 터져 왼쪽 눈을 실명해 의병전역했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BBQ치킨 체인점 대구 동부지사에서 일하는 류씨는 “개인적으로 불행한 사고를 당했지만 군대 생활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들 3대뿐 아니라 류씨 가문에는 류씨의 작은아버지 영호씨, 친동생 승보씨, 사촌형제인 상원, 주운씨까지 남성 7명 모두가 현역 복무를 명예롭게 마쳤다. 가족 모두의 복무기간을 합치면 13년6개월.

이날 병무청의 병역 명문가 시상식에서는 본인과 아들, 손자 등 7명이 모두 병역을 마친 송기덕씨(경남 김해시 진영읍) 가문과 양달제씨(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가문이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병무청은 이들을 포함해 명문가 40가문 전부에 명문가 인증패를 수여했으며 앞으로 홈페이지(www.mma.go.kr)에 ‘병역 이행 명문가 전당’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이들의 사연을 영구 게시할 방침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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