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김승진/주말농장의 김정태행장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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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때 이후로 농촌을 찾을 일이 없었는데 지난주 일요일 모처럼 농촌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곳입니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주말농장입니다.

지난달 25일 증권선물위원회가 국민은행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밝혔고, 다음날 ‘김 행장의 연임은 불가능하다’는 금융감독원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26일부터 김 행장 인터뷰를 위해 동아일보 은행팀이 총동원됐습니다.

김 행장의 주말농장 위치를 겨우 알아내 29일 새벽 이철용 기자와 이곳을 찾았습니다.

서울 사람답게 ‘평화로운 농촌 풍경’에 흠뻑 젖어 동네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남편은 확실히 아는데 자신은 잘 모른다며 고민을 하더군요. 아저씨는 오전 5시도 안 돼 밭에 나갔습니다. 농작물을 훔쳐가는 사람이 많아서 밤에 귀가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어제도 저 양반(남편)은 수확한 고추 널어놓은 비닐하우스에서 잤다”며 “(농작물 서리야 예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처럼 싹 쓸어가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탄했습니다.

굽은 길을 돌아 마당에 평상이 있는 집에 들어섰습니다. 김 행장의 농장입니다. 주위의 밭에는 무 배추 상추 가지 호박 등이 자랍니다. 상주하는 일꾼 없이 주말마다 김 행장 부부가 직접 씨를 뿌리고 경작합니다.

“밭일 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긴데 잘 오셨네.”

김 행장의 부인은 “동네에서는 일당을 아무리 많이 줘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기 집 농사일이 바빠 다른 집의 일을 거들어주려면 일당을 돈으로 받기보다는 그 집에서 필요한 일을 해주는 조건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농장에 최근 조그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됐습니다. 손으로 일일이 물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 행장 부부는 친구나 지인들을 밭일에 ‘동원’하기도 합니다.

김 행장의 퇴진 여부는 이번 주 판가름 납니다. 10일 금융감독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관련한 김 행장의 제재 수위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김승진 경제부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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