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가라" 인터넷경매 강제종료

  • 입력 2004년 9월 3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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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대 가장이 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자신을 경매 물품으로 올렸다가 '매매 부적합 판정'으로 경매가 강제 종료되는 사건(?)이 발생해 화제다.

자신을 '32세 근면한 남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3일 오전 1시쯤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란 제목을 글을 올린 뒤 경매시작가격 1000원, 즉시 구매가격 300만원에 자신을 '경매물품'으로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이 사람은 "지금 하는 일로는 가정의 생계와 은행빚 독촉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기에 이렇게 하소연한다"면서 "300만원이 큰 돈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한 인간을 구제해준다고 생각하고 구매해주면 절대 배신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해 1월 결혼하면서 전세대출자금으로 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려 지금까지 400만원 가량 갚았지만 최근 아내가 아들을 출산하면서 수술비와 병원비로 1000만원이 넘게 들어가 지금은 이자상환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판매글에 덧붙인 신상정보에서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고 178㎝의 신장에 태권도 3단 유단자로 영국에서 2년간 생활해 영어회화도 가능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판매글에 △자신을 산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기간은 얼마 동안 자신을 팔겠다는 것인지 △300만원이 월급인지, 일시급인지 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3일 오후 현재 해당 '경매 물건'은 매매 부적합 판정을 받아 경매가 강제 종료된 상태다. 따라서 옥션 홈페이지에선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옥션측은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저희도 기사를 보고 그같은 사실을 알았다"며 "그러나 본인과 연락이 되지 않고, 무엇을 판매하는지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이라 이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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