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두산 레스, 20002년 16승… 올해 벌써 13승

  • 입력 2004년 9월 1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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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헐렁한 유니폼, 듬성듬성한 머리, 결코 빠르지 않은 130km대 후반의 공….

무엇하나 강인한 인상을 주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두산의 좌완 레스(31·사진)는 영리한 투수다. 다양한 구질로 타자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는데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피칭의 맥을 짚는다.

동양야구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4년째. 2001년 기아에 입단해 한국 무대를 밟은 게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해 7승에 그쳐 바로 퇴출. 그러나 그를 눈여겨보았던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의 부름으로 2002년 두산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기아에서 별볼일 없었던 레스는 두산으로 팀을 바꾸자마자 16승(8패)을 거두며 성공을 거뒀다. 두산에서의 활약으로 2003년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하며 신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지만 요미우리에서 거둔 승수는 고작 2승.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한 뒤 2군을 전전하다 퇴출당했다.

이번에도 버림받은 그를 부른 건 두산. 레스는 두산과 궁합이 잘 맞는 지 올해 13승(8패)을 거두며 다승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른 팀에선 죽을 썼지만 2시즌 동안 두산에서만 따낸 승수가 무려 29승이니 ‘두산맨’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도 선발 레스는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SK 타선을 7과 3분의2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비록 구원투수들이 마무리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깝게 1승을 놓쳤지만 3-2 승리의 디딤돌이 됐음은 물론이다.

경기가 끝난 뒤 두산 김경문 감독은 “무엇보다 레스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만큼 레스에 대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신뢰도는 높은 편. 동료들과의 친화력도 좋고다른 용병처럼 사고도 치지 않아 그야말로 ‘100점짜리’ 외국인 선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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