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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12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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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소속 자문위원들이 위원회가 발주한 연구용역 중 88.8%를 독점했다는 보도(본보 12일자 A1·8면 참고)가 나간 직후 기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교수 H씨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정권 핵심에 아이디어를 독점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건당 최대 800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받는 일은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며 “몇 달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의 평균 용역비는 2000만∼3000만원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간부도 “보통 각 부처가 추진하는 1년 단위의 연구 프로젝트 용역비는 많아야 5000만원”이라고 귀띔했다.
한 마디로 “자문위원들이 정부의 정책자문을 독과점하면서 연구용역비로 평균 ‘시세’보다 많은 돈을 받았다”는 것이 이들의 비판이었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K교수는 “연구용역 결과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열린우리당 김재홍(金在洪) 의원이 경기대 교수 시절 책임연구원으로 2000만원을 받고 작성한 ‘2003년 광복절 경축사 내용제안’은 실제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민간 연구기관의 경우 용역 결과가 발주 취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계약금 중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 관행인 점에 비추어 이는 ‘사실상의 특혜’라는 것이 K교수의 지적이다.
일부 자문위원은 수의계약이 위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억울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한 위원은 “대한민국에서 연구를 잘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굳이 외부에 연구용역을 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과 지향점이 비슷한 학자들에게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적절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에 건전한 정책 조언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관변학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용역비 나눠먹기’가 혹시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았던 사욕(私慾) 때문에 빚어진 일이 아니었는지 자문위원들이 스스로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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