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사 미스터리’…‘역사탐정’의 고백

  • 입력 2004년 7월 30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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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미스터리/조유전·이기환 지음/452쪽 1만4500원 황금부엉이

고고학자는 탐정이다. 그에게 의뢰되는 사건은 희생자의 신원도 불분명하고 목격자도 없다. 사건 발생 시간은 수백년 전∼수백만년 전.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오직 현장과의 대화만이 사건 해결의 열쇠다. 다만 탐정이 돋보기를 꺼내 들 때 고고학자는 묵직한 삽을 꺼내 든다.

한국 고고학계의 최대사건 중 하나였던 1971년 백제 무령왕릉 발굴을 필두로 신라 천마총 등 국내 주요 발굴 현장을 30여년간 지켜온 조유전 전 문화재연구소장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베테랑 ‘탐정’이다. 이 책은 그가 간직한 사건 파일을 30편의 시리즈로 엮은 것.

신라 궁궐터의 일부였던 안압지에서 발굴된 남근 모조품의 사용자는? 경주 용강동 고분 토용(土俑)에 찍힌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지문’의 주인공은? 고려 충렬왕 때 원에서 처음 들여왔다던 호두가 2000년 전 조성된 마한 유적에서 출토된 이유는? 이런 소소한 재미뿐 아니라 무령왕릉과 풍납토성의 졸속 발굴 등에 대한 반성문도 담겨 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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