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문사위-국방부, 누구 말이 맞는가

  • 입력 2004년 7월 13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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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근 일병 의문사사건’을 놓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국방부가 번갈아 기자회견을 열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인길연 상사가 총을 쏘았다(의문사위)-총 아닌 가스총이다(국방부)’ ‘인 상사의 부인을 협박했다(국방부)-동의를 얻었다(의문사위)’며 주장하고 반박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 나라의 국가기관끼리 서로 자신이 옳다고 공개적 설전을 하는 상황은 더욱 비정상적이다. 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국방부와 의문사위가 각각 공개한 녹취록에 따라 진상이 차츰 드러나고 있지만 그래도 의혹은 남는다. 의문사위가 인 상사 부인에 대한 협박 없이 관련 자료를 가져갔음에도 왜 국방부는 협박이 있었다고 발표했는지, 인 상사는 또 무엇 때문에 총인지 가스총인지를 쏘며 의문사위 조사관을 위협했는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의문사위가 인 상사를 설득하려는 의도였다고는 하나 ‘정부 실세’를 거명하며 인사(人事) 배려를 운운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는 것도 좋지만 공권력에 기대어 회유마저 서슴지 않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의문사위에서 공공성과 투명성이 사라지고 편법과 위세가 기생할 경우 존립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감사원이 실체적 진실을 찾겠다고 나섰으나 이것도 개운치는 않다. 상급기관인 청와대와 총리실이 있고 국방장관도 진상조사를 지시했는데 얼마나 조정능력이 없으면 감사원이 나서 누가 거짓말하는지 따질 상황이 됐는가.

이제는 나라 망신시키는 ‘진실게임’을 그치고 두 국가기관이 왜, 무엇이 두려워 이런 공방을 벌이는지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이 문제의 본질인 허 일병의 사인(死因)도 규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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