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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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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을 책임지는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8일 수도 이전 비용에 대해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이다. 그는 노태우(盧泰愚) 정부 때 건설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분당 등 5대 신도시를 개발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박 총재는 “당시 부동산개발이익으로 도로를 놓고 지하철을 뚫었던 것처럼 이번 수도 이전에서도 청사를 짓는 비용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박 총재는 “수도권 집중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무엇이냐”며 수도 이전이 국정의 최우선순위인 듯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한국은행이 지금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수도 이전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중앙은행의 주요 목표가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에서 수도 이전으로 바뀐 것일까.
목표가 바뀐 탓인지 몰라도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는 자꾸 빗나가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이날 한은은 3·4분기(7∼9월)에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날 통계청은 소비자기대지수가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6개월 뒤의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한은은 4월 10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선 2·4분기(4∼6월)부터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경제전망은 원래 어려운 것이며 정확히 맞히려면 ‘유능한 점쟁이’를 고용해야 한다”는 박 총재의 ‘농담’을 감안한다고 해도 한은의 신뢰는 갈수록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역할을 흔히 ‘파티 브레이커(파티의 흥을 깨는 사람)’라고 부른다. ‘표’를 의식하는 정부가 ‘장밋빛 경제전망’을 쏟아낼 때 제일 먼저 경제의 하강 가능성을 경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의 ‘나침반’으로 방향을 제시해야 할 중앙은행 총재까지 정부나 대통령과 ‘말 맞추기’에 골몰한다면 한국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박중현 경제부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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