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성희롱 발언 논란

  • 입력 2004년 7월 2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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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딸은 빨지, 두번째 딸은 주지, 그 다음은 노지, 초지, 파지, 남지…그러면 일곱번째 딸의 이름은 뭡니까?"

전국 20만 교원을 이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공개 소견발표회에서 여성의 성기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농담을 던져 성희롱 파문에 휩싸였다.

지난달 26일 충남 목천 국립 청소년수련원. 시군구 회장, 사무국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2대 교총 회장 선거에 출마한 아홉 명의 후보들이 차례로 소견 발표를 했다.

문제는 기호 7번 ㅇ후보가 연단에 서면서.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의 교육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이 후보는 "여러분들의 수준 진단을 해봐야겠다. 요즘 수준별 학습이란 말도 있지 않느냐"며 '순이 엄마' 얘기를 꺼냈다.

그는 "순이 엄마가 딸이 일곱 있었는데 이름 뒤에 '지' 자 돌림으로 무지개 색깔 이름을 붙였다"며 첫째 딸 '빨지'부터 여섯째 딸 '남지'까지 일일이 열거했다.

이 후보는 이어 좌중을 향해 "그럼 일곱 째는?"이란 질문을 던졌고, 일부 남성 참석자들이 예상되는 일곱 째의 이름을 큰소리로 얘기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제가 처음에 분명히 말씀드렸다. '순이 엄마'라고. 일곱 째 이름은 순이다"라고 했다.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좌중이 조용해졌다. 이 후보는 본인도 어색했던지 "웃자고 한 얘기"라며 "우리 교총회장 선거가 축제 분위기가 돼야 한다"며 넘어갔다.

이날 참석자 중 여교원은 스무 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여교원은 "낯뜨거웠지만 그 당시엔 제대로 항의를 할 수 없었다"며 "한국 교육을 대변하는 교총 회장에 출마한 사람이 어떻게 농담이라도 그런 얘기를 공개석상에서 꺼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여교원들은 문제의 '무지개 일곱딸' 발언에 대해 "20만 교총 회원 가운데 11만명을 점하고 있는 여교원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라며, 해당 후보의 공개 사과와 후보 사퇴는 물론 교총 회원 자격 박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러한 요구를 정리해 '11만 한국교총 여교원 모임' 명의로 전국에 있는 각 학교장과 분회장들에게 발송했다.

이들 여교원은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하는 것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총 선거분과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선거 규정에 성희롱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아, 처리 근거가 없다"며 "여교원들의 의사는 투표로 반영하면 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발언 당사자인 ㅇ후보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딱딱한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주려고 농담했을 뿐"이라며 "다 지나간 얘기가 새삼 불거지는 배경엔 상대 후보들의 음해 의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ㅇ후보는 "여성 비하나 성희롱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평소 여성 권익 옹호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농담으로도, 모욕으로도 생각될 수 있는 것 같다"며 "모욕으로 받아들인 분들에겐 백배 사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교총 홈페이지(http://www.kfta.or.kr)에는 해당 후보의 당시 발언이 포함된 동영상이 올라있다. 교총 회장 선거는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인터넷 투표를 통해 진행된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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