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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8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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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소련군 점령지역에 있던 독일인 여성들에게 훗날 그때의 일을 묻는 것은 ‘사회적 금기’였다. 소련군들은 일찌감치 독일군들이 자신의 어머니와 자매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고, 모자라지 않게 앙갚음을 했다.
금기는 1959년 깨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베를린 여인이 1945년 4월 20일부터 두 달 동안의 일을 샅샅이 기록한 일기가 스위스의 한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다. 평화로운 시절에는 소련을 비롯해 유럽 각지를 여행했던 이 ‘인텔리’ 여인은 놀라울 정도의 차분한 어조로 패전국의 여성들에게 지워진 암울한 운명을 기록한다.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이 책을 대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얼마나 굴욕을 줄 수 있으며, 또한 인간이 굴욕 속에서 얼마나 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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