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이진수,“센 놈”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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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놈

이진수

비얌이 우예 센지 아나

내사마 모르겠다 우예 센 긴데

참말 모르나 그놈이 센 거는

껍데기를 벗기 때문인기라

문디 자슥 껍데기 벗는 거하고

센 거하고 무신 상관이가

와 상관이 없다카나 니 들어 볼래

일단 껍데기를 벗으모 안 있나

비얌이 나오나 안 나오나

나온다카고 그래 씨부려 봐라

그라모 그기 껍데기가 진짜가

시상 새로 나온 비얌이 진짜가

문디 시방 내를 바보로 아나

그기야 당연지사 비얌이 진짜제

맞다 자슥아 내 말이 그 말인기라

껍데기 벗어던지고 진짜 내미는 놈

그런 놈이 센 놈 아이겠나

넘 몰래 안창에다 진짜 감춘 놈

그런 놈이 무서븐 거 아이겠나

어떻노 니캉 내캉 홀딱 벗어 뿔고

고마 확 센 놈 한번 돼 보까

- 시집 ‘그늘을 밀어내지 않는다’(시와시학사) 중에서

무신 소리? 니캉 내캉 홀딱 벗어 뿔고 고마 확 센 놈 한번 돼 보자고? 참말 큰일 날 소리제. 비얌은 껍데기 벗어도 우린 안 된다 아이가. 소라, 고둥, 조갑지 같은 우리가 껍데기 벗어 던지믄 우예 견디겠노? 달팽이가 껍데기 벗어던지고 땡볕에 알몸으로 아스팔트 건너가는 소리제.

사람이 철들고 나이 든다는 기 말이지 자꾸만 탈 하나를 뒤집어쓰는 것 아이겠나. 아야 말거래이. 함부로 속알머리 내뵈다 큰코다친다 아이가. 진짜배기는 넘이 볼세라 한겹 한겹 탈을 씌워야 하는기라. 중국 변검(變瞼)배우들 안 있나? 한 가면 벗으면, 자꾸 자꾸 새 가면 나오는 거.

하아, 근디 근디 말이시 하도 이것저것 뒤집어 써놓으니 어느 게 진짜배기 나인고? 내가 나를 모르겠다. 이 탈 저 탈 쓰다 탈났다 아이가.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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