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강운/印度 증시폭락의 교훈

  • 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37분


17일 세계 증시가 동반약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나라는 인도였다. 이날 인도 주가는 한때 15% 이상 급락했다가 11.14% 하락으로 장을 마치는 대폭락세를 보였다. 주가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자 두 차례나 거래중단 조치도 내려졌다. 이날 인도의 주가하락률은 세계 1위(2위는 한국)였다.

최근 세계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 치솟는 유가와 미국 금리인상설, 갈수록 혼미해지는 이라크 사태, 중국의 긴축정책 등이다.

하지만 인도 증시의 폭락이 유난히 심했던 것은 해외악재 외에 내부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13일 발표된 인도 총선 결과에서 좌파인 야당연합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기존 집권당이 추진하던 ‘시장친화적 경제개혁’ 조치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투매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좌파정권 출범에 따른 시장의 복수’란 말까지 나왔다.

인도는 1998년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가 집권한 뒤 국영기업 민영화, 해외자본 유치 등 성장 중심의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을 펼쳐왔다. 작년 인도 증시의 주가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투자에 힘입어 73%나 급등했다.

그러나 인도 공산당이 포함된 야당연합은 총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14일 바라트 페트롤리엄 등 국영 정유업체의 지분매각 백지화를 발표했다. 이는 시장중시 정책의 악화로 해석되면서 투자심리를 크게 악화시켰다.

국제사회의 시각도 호의적이지 않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새 정권이 성장과 분배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피치도 “인도의 경제개혁 속도가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경제의 한 특징은 돈이 순식간에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든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에게 ‘시장의 힘’을 무시하거나 외면한다는 인상을 주는 나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싫든 좋든 그것이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주소다. 이번 인도 증시 대폭락의 충격은 글로벌 경쟁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무서운 교훈’이 아닐까.

이강운 경제부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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