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청각장애 在美골퍼 이승만 “안들려도 좋다… 칠 수 있으니”

  • 입력 2004년 5월 18일 17시 51분


청각장애 골퍼 이승만은 대선배 최경주를 가장 존경한다. 그의 꿈도 미국프로골프(PGA) 멤버가 돼 최경주처럼 우승하는 것이다. 그는 “들을 수 없기에 더욱 열심히 볼을 친다”고 했다. 백암=박경모기자
청각장애 골퍼 이승만은 대선배 최경주를 가장 존경한다. 그의 꿈도 미국프로골프(PGA) 멤버가 돼 최경주처럼 우승하는 것이다. 그는 “들을 수 없기에 더욱 열심히 볼을 친다”고 했다. 백암=박경모기자
공 맞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볼이 홀 안에 떨어지는 소리도, 갤러리들의 박수 소리도…. 그러나 골프에 대한 열정은 막을 수 없다.

청각장애 골퍼 이승만(24). 아시아투어인 SK텔레콤오픈(20일 개막) 참가 차 2년 만에 고국을 찾은 그는 18일 경기 이천시 백암비스타CC에서 자신의 골프 인생과 꿈을 펼쳐 보였다. 인터뷰는 아버지 이강근씨(56)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골프만이 유일한 친구=이승만의 손은 유난히 컸다. “원래 큰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하도 볼을 많이 치니 저절로 커졌다”는 게 아버지 이씨의 말. 이씨는 “승만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인 8세 때부터 하루 2000개씩 공을 때렸다. 하도 연습을 하니 손도 커졌고 팔도 늘어나 지금 왼팔이 오른팔보다 3cm 정도 길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을 잃은 이승만은 2급 청각장애인.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상 거의 들을 수 없다. 상대의 입술을 읽고 간단한 말로 의사소통을 할 뿐이다.

그는 “어릴 때 친구가 없었다. 부모님이 골프채를 사주신 이후 골프만이 나의 유일한 친구가 돼 줬다. 잘 때도 채를 안고 잤다”고 했다.

▽실패와 좌절=이승만은 주니어 시절 각종 대회에서 16승을 거두며 재능을 보였다. 97년엔 ‘골프 꿈나무’로 뽑혀 미국 리드베터 골프스쿨에도 갔다.

이때부터 미국투어생활을 꿈꾼 그는 99년 드디어 미국무대를 노크했다. 매주 월요일 벌어지는 투어 참가 자격 예선을 치르기 위해 모텔을 전전하는 고생길이 시작됐다.

2000년엔 월요일 예선을 통과해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를 두 번이나 밟았다. 그러나 모두 컷오프 탈락했다. 2001년과 2003년엔 2부투어 시드마저 잃었다.

스폰서가 없어 대회경비 마련이 문제였던 이승만은 “다음 대회 출전 경비를 벌기 위해선 컷오프 탈락하지 않고 상금을 받는 게 중요했다. 안전하게 치기 위해 공을 마음껏 지르지도 못했다”고 했다.

▽최경주와의 인연=“승만아, 마음을 조급하게 갖지 마라. 아시아투어에서 경험을 쌓고 차근차근 올라와라.”

지난해 12월. 휴스턴의 집으로 이승만을 부른 최경주(슈페리어, 테일러메이드)는 그의 손을 잡고 봉투를 건넸다. 2만달러의 거금이 들어 있었다. 아시아투어에서 경험을 쌓으라며 건넨 경비. 2000년 셸휴스턴오픈에서 처음 만난 뒤부터 최경주는 이승만을 친동생처럼 아꼈다.

최경주의 말을 듣고 이승만은 2004아시아프로골프(APGA)투어 퀄리파잉에서 우승을 차지해 올해부터 APGA에 뛰어들었다. 퀄리파잉스쿨 도중 탈장증세가 생겼지만 엄청난 수술비 때문에 꾹 참고 투어생활을 했다. 고국에 온 김에 SK텔레콤오픈이 끝난 뒤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나의 꿈은 PGA 멤버=이승만은 전담캐디가 없다. 대회 캐디가 그를 봐줄 뿐이다. 안 들려서 장애가 있느냐고? 그는 “소리가 안 들리니 집중이 더 잘된다”며 웃었다. 아시아투어에서 많은 동료들과 대회요원들이 도와줘 큰 불편함도 없단다. 물론 대화를 하지 못하니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는 없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땐 볼을 치고 또 친다.

이승만은 “나의 목표는 PGA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GA 첫 승을 따내고 서른 넘어서 결혼할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는 올 시즌 뒤 PGA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다. 이제 PGA에서 그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이천=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이승만에 대해 알고싶은 몇 가지▼

▽생년월일=1980년 1월 16일 서울 출생

▽출신학교=논현초-구정중-천안북일고

▽키, 몸무게=1m83, 78kg

▽드라이버샷 비거리=약 300야드

▽주요 경력=각종 주니어대회 16승, 국가대표 상비군(97∼99년),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 출전(2001, 2003년), 2004아시아프로골프(A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1위

▽APGA 투어 상금랭킹=8개 중 7개 대회 컷 통과 상금랭킹 25위(4만7938달러)

▽취미=인터넷 서핑

▽존경하는 선수=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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