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문학예술]르네상스의 진수 따라잡기

  • 입력 2004년 5월 14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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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파노라마(Panorama de la Renaissance)/마거릿 애스턴 지음/템스-허드슨 출판사

지난달 부활절 방학을 이용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국제아동도서전을 돌아봤다. 주로 해외도서 수입상담을 위해 한국에서도 관련 출판업계 인사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볼로냐 도서박람회에서 올해 한국은 의외의 큰 수확을 거두었다. 한국 아동도서로서는 처음으로, ‘팥죽할멈과 호랑이’와 ‘지하철은 달려온다’가 ‘라가치상’의 픽션과 논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국 아동도서에 관심을 가진 외국 출판업자들이 모여들어 한국 도서전시관 주변이 예년에 비해 매우 활기를 띠었다.

볼로냐 도서박람회가 끝난 뒤 필자는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북부 이탈리아의 문화 거점 도시인 피렌체와 베네치아를 찾았다. 두 도시는 중세 유럽을 근대 유럽으로 바꿔놓은 이탈리아 르네상스(14∼16세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볼로냐를 중심으로 비스듬히 동서 양편에 마주한 두 도시는 상반된 위치만큼이나 모습도 무척 대조적이다. 중서부 토스카나 지방의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발상지(發祥地)로 아르노강을 옆에 끼고 활짝 핀 ‘꽃의 도시’라면, 북동부 베네토주의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의 태양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관능적 르네상스’를 일궈낸 ‘물의 도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당대의 경제적 번영을 고스란히 예술로 승화시킨 두 도시는 르네상스의 걸작 건축물과 조각들을 도시 곳곳에 품고 있다. 주요 회화작품들은 두 도시의 보물창고인 ‘우피치’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집결돼 있는데, 이들이 펼쳐내는 르네상스의 광대한 파노라마를 따라잡기란 솔직히 이곳을 잠깐 들른 이방인들에겐 녹록지 않은 일이다.

르네상스 문화사가인 저자(영국 아카데미 회원)의 ‘르네상스의 파노라마(원제 The Panorama of the Renaissance)’는 우피치에서 우왕좌왕 헤매고 있던 필자를 구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책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저자는 두 쪽마다 소주제를 하나씩 선정하고, 총 120개에 달하는 이 주제들을 다시 8개 분야로 묶어 정리해 놓았다. 덕분에 문외한이라도 건축 조각 회화에 투영된 르네상스 유럽인들의 예술관과 세계관, 삶과 죽음, 종교와 과학을 중심으로 당시 유럽 사회의 전반을 간단명료하게 조망할 수 있다. 이는 이 책이 제공하는 1000여장의 자료사진과 저자의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부록으로 인명사전과 용어사전, 연대기, 지도와 아울러 관련 참고문헌도 빠뜨리지 않아, 특히 르네상스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 역사탐방의 든든한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임준서 프랑수 루앙대 객원교수 joonseo@worldonlin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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