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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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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당선자 10명이 폐교를 개조한 남원연수원에서 9일부터 2박3일간 펼치고 있는 정책연수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삼 ‘국회의원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떠올랐다.
민노당 당선자들은 첫날부터 “당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만 발언하고 행동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당이 조직적으로 만들어주지 않는 한 스타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10명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선 안 된다”는 주의도 뒤따랐다.
뿐만 아니다. “의원은 당의 정책을 실현하는 당적 책임의 소유자”라는 직책 규정에 이어 “여기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당원들이 소환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평소에도 민노당 당선자들은 당에 대한 철저한 복종을 다짐해왔다. 세비를 모두 당에 반납하고 노동자 평균 임금인 월 180만원씩 받겠다고 서약한 것이나, 의원들을 당직에서 배제한 것 등은 완벽한 당 우위 체제를 반영한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반론도 제기됐으나, ‘당을 의회주의에 복속(服屬)시킬 수 없다’는 명분에 눌렸다.
그러나 헌법은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익이 무엇인지 독자적으로 판단해 행동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우리는 국회의원이 ‘당론 거수기’에 그쳤던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가 통법부(通法府)로 매도되기도 했다. 이런 오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회는 2년 전 ‘의원은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문구를 국회법에 명문화하기까지 했다.
물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된 당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원의 독자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은 우리 체제의 근간인 헌법정신이다. 어느 한 쪽을 위해 다른 쪽이 희생된다면 또 다른 의미의 국회경시일 수밖에 없다.
민노당 의원당선자들은 이번 정책연수에서 ‘당론의 전위대’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민의에 개별적 책임을 지는 독립적 헌법기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윤종구 정치부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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