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오빠가 돌아왔다’…

  • 입력 2004년 3월 5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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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김영하 지음/270쪽 8500원 창비

만화가 이우일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가 있는 8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타이틀 작품인 ‘오빠가 돌아왔다’의 내레이터가 ‘콩가루’ 집안의 열네 살 소녀인 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소설들의 등장인물은 대체로 엇비슷하다.

넥타이를 맨 회사원들, 소설가 혹은 소설가 지망생, 옛날에 운동권 근처를 빙빙 둘러본 ‘정신적인 룸펜’들이다.

이들의 주요한 성품은 경박한 냉소다. 열정과 진지함이 없는 탓에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어느 날에라도 결코 전위(前衛)에 설 수 없는 이들이다. ‘너를 사랑하고도’에 나오는 미모의 여자 주인공 정인숙이 몸을 섞게 되는 유부남 국회의원 보좌관에 대한 평은 이 작품집의 남성 캐릭터들을 압축하는 것 같다. ‘재미없는 화제였지만 그의 냉소적인 말발 덕분에 들어줄 만했다. 남자들 특유의 허풍이 없다는 점이 그의 매력이었다.’

이 작품집에 관념어를 동원한 심리묘사가 거의 없는 점은 등장인물들이 내면을 보여줘야 할 만큼 극한의 체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잘 읽히는 작품이다. 술주정뱅이 아빠, 무지렁이 엄마, 동거하던 십대 소녀의 손을 잡고 돌아온 오빠에 대한 주인공 소녀의 냉소와 반발에는 무엇보다 생명력과 정당함이 있기 때문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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