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선거’ 추방 유권자에 달렸다

  • 입력 2004년 3월 2일 19시 53분


깨끗한 선거를 위해선 정치인 기업인 못지않게 유권자의 책임이 크다. 유권자가 손을 내밀지 않고 대신 돈을 돌리는 정치인을 적극 고발한다면 돈 선거가 발을 붙일 공간은 그만큼 좁아진다.

이런 면에서 경기 용인시의 주민 세 사람이 총선후보 부인에게서 10만원씩 든 돈 봉투를 받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경기도선관위는 이들에게 받은 액수의 50배인 500만원씩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남궁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후보를 사퇴했다. 세 유권자의 용기 있는 선택이 공명선거로 가는 조그만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총선부터는 정치인뿐 아니라 유권자의 의무와 책임이 막중해졌다. 선관위는 기존의 유명무실한 포상금제도를 현실화해 돈 받은 사실을 신고하면 받은 금액의 50배까지 주기로 했다. 어제 통과된 선거법은 금품 향응을 받은 경우엔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규정했다.

이런 제도가 잘만 운용되면 돈을 주는 정치인이나 돈을 받는 유권자나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다. 정치인은 후보를 사퇴하거나, 요행히 당선된다 해도 당선무효를 각오해야 한다. 유권자는 자칫하면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 범법자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도에도 불구하고 돈 선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 검찰 경찰이 강력한 단속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선거현장을 빈틈없이 감시하기란 어렵다. 여권의 ‘총선 올인’ 전략에서 보듯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거는 듯한 정치권의 과열 분위기가 혼탁을 부추길 소지도 크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유권자의 의식이다. 어떤 경우에도 양심과 돈을 바꾸지 않겠다는 인식이 내면화돼야 한다. 돈 선거 추방은 유권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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