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492…목격자(8)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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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춘식이를 도와주려고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옆에 서는 순간, 그의 발길질에 나동그라지고 말았습니다 …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내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사람을 싫어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니까, 우근이는 … 한 번 친구라 믿으면 설사 배신을 당해도 그 믿음을 깨지 않는 … 남자 중의 남자입니다 …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쳐, 춘식이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위험하다, 가까이 오지 마라! 도망쳐라! 빨리! 나는 도망쳤습니다 … 그리고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 걱정이 되어서 … 아니, 그게 다는 아니고 … 보고 싶었습니다 … 다섯 명의 남자를 상대로 어떻게 싸우는지 … 황소란 소문대로 정말 그렇게 힘이 센지,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멋지더군요. 이렇게 벽에다 등을 대고 말이죠, 태권도도 배우지 않았을까요, 앞차기, 올려차기, 걷어차기 … 그리고는 경상남도 넘버 원답게 잽싸게 도망치더군요 … 비는 철철 쏟아지는데, 빗발보다 빨랐습니다 … 그의 아버지도 참 이름을 잘 지었죠, 우근이라, 하하하, 하하하하, 나는 웃었습니다 … 내 꼴이 얼마나 비참하던지 … 전봇대 뒤에 숨어서 걸레짝처럼 비에 쫄딱 젖어 … 비를 맞고 웃으면서, 죽을 때까지 저 자식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패배감을 곱씹었습니다.

이우근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들어서 잘 알고 있겠지만, 전설이랄까, 아니, 영웅입니다. 싸움만 잘 하는 남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달리기만 잘 하는 남자도 얼마든지 있고요, 민주애국청년동맹에도 리더는 몇 명이나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싸움도 잘 하고 달리기도 잘 하는 리더는,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눈을 씻고 찾아도 우근이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다 키도 훌쩍 크고, 스치고 지나가면 같은 남자라도 뒤돌아볼 만큼 잘 생겼습니다. 성격도 좋고, 신의가 두텁고, 그런데 여자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그럴싸한 소문 하나 나지 않으니 …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남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 하지만 존재합니다 … 그것도 내 친구입니다 … 아시겠습니까? 그런 남자가 친구인 나의 고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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