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양현승/우주시대 '로봇의 꿈'

  • 입력 2004년 1월 1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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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봇인 스피릿호가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초의 화성탐사 로봇 소저너가 1997년 7월 4일 화성에 첫발을 내디딘 지 6년6개월 만이다. NASA는 이번에는 스피릿 외에 그 쌍둥이 로봇인 오퍼튜니티도 24일 화성 표면에 또다시 착륙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행성 탐사는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지만 지금 우리는 로봇을 이용한 원격탐사 기술을 통해 지구와 수천만km나 떨어진 행성의 정보들을 지구에 앉아서 탐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결합한 원격현실감 기술은 실제 사람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그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이번에 스피릿이 촬영한 화성 표면 영상은 100MB로 지구에서 영상을 받는 데는 1주일 가까이 걸린다. 이렇듯 지구와 교신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로봇은 스스로 낯선 환경에서 일어나는 예기치 않은 일들을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화성탐사 로봇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사용될 수 있는 로봇에서도 이러한 인공지능은 매우 중요하다.

노예라는 뜻의 체코어 ‘robota’에서 유래한 로봇은 이제 산업현장에서 단순히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일상에서 인간의 보조자나 친구 역할을 맡아 가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을 영화화한 ‘바이센테니얼맨’에 등장하는 휴먼로봇 앤드루는 로봇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죽는다. 이는 물론 아직 공상의 수준이지만 앤드루의 전신이라고 할 만한 로봇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혼다 사피엔스’라고도 불리는 일본의 아시모(ASIMO), 예의를 지키는 로봇으로 유명한 미국 카네기멜론대 로보틱스 인스티튜트의 그레이스(GRACE), 인간과 유사한 감정 표현과 인공지능을 갖추고 각종 이벤트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공연도 할 수 있는 KAIST 휴먼로봇 아미(AMI) 등등.

우주시대의 로봇기술로서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가 변신로봇 기술이다. 자율변신로봇은 자기 스스로 로봇의 모양을 결정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변형을 할 수 있는 로봇이다. 변신로봇은 환경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굴곡이 심한 지표면이나 지하, 해저, 원자로, 우주공간 등 인간이 활동하기에 위험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동작하기에 적합하며 이러한 환경에서 인간을 대신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2’에 등장하는 액체 금속로봇 T-1000은 이런 변신로봇의 극치다.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며 불 속에 들어가도 끄떡없고 총알을 맞아 일그러진 형상을 순식간에 복원할 수 있다. 심지어 녹아서 여러 조각으로 흩어졌다가도 다시 원상으로 합쳐진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역시 공상적이지만 나노기술, 바이오기술과 융합했을 때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로봇기술이 아닐까.

우주시대의 로봇기술은 기존의 지능로봇 기술, 나노·바이오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또 한번 큰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바이센테니얼맨’에서 앤드루가 봉착한 철학적 고민, 로봇으로 영생할 것인지 아니면 인간답게 죽을 것인지를 로봇이 아닌 인간이 고민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양현승 KAIST교수·전자전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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