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책의향기]'열정과 결핍' 펴낸 주간동아 이나리 기자

  • 입력 2004년 1월 9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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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황석영, 조영남, 박현주, 조순형, 이어령, 진중권, 설경구, 이장희, 박진영, 박재동, 장사익.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12명의 사내들을 인터뷰한 이나리 주간동아 기자(35)는 세상에 둘도 없을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특징을 발견했다. 그것은 ‘욕망과 콤플렉스’였다. 월간 ‘신동아’ 등에 연재됐던 인터뷰 기사를 묶어 낸 ‘열정과 결핍’(웅진닷컴)은 그렇게 해서 붙여진 제목이다.

“이 남자들은 자기 몸과 마음이 욕망하는 대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극단적으로 자기 긍정을 하다가는 또 끝 모를 자기 부정의 나락으로 떨어지지요. 그럼에도 미치거나 파괴되지 않고 다시 솟아오를 수 있는 것은 자기애 때문입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자신감….”

너무도 유명해 더 보탤 것도 없어 보이는 명사에게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 이 기자는 ‘남들이 하지 않은 질문만 하자’고 다짐했다.

인터뷰에 앞서 ‘그’가 쓰거나 ‘그’에 대해 쓴 글을 샅샅이 찾아 읽고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 대강 그림이 그려졌다. ‘이윤기는 건조한 산악지대의 쿠르드족 같아’ ‘박진영의 자기몰입엔 창조적 조울증의 징후가 엿보이는 걸’….

“웬걸요. 열 시간이나 열다섯 시간씩 인터뷰를 하다보면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는 거예요. 그럴 땐 배신의 쾌감을 느끼게 되죠.”

돈만 밝히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뜻밖에도 단단한 인문학적 토대를 보여 주었고, 막가는 개구쟁이 같은 조영남은 실은 노회하고 명석한 승부사였다. 도발적인 시사평론가 진중권은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냉정한 사내였다.

1인당 30쪽이 넘는 인터뷰 기사가 매번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이나 걸음걸이에서도 ‘가장 절실한 자기 고백’을 읽어내는 저자의 치밀함 덕분이다. ‘이윤기의 과천 새 집은 이윤기의 늑골만큼이나 고집 세고 튼실해 뵌다’, ‘이어령의 결벽과 조순형의 수줍음, 박재동의 심미주의를 속속들이 웅변하는 것은 입이 아니라 손가락이다’ 등.

“하나같이 주어진 생명을 완벽히 소진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존경할 만한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 얘기를 읽다보면 ‘나도 살고픈 대로 살고 싶다’는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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