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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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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도 외국인이 좋아하는 우리 문화 현장이다. 요즘은 북한산에서 외국인 만나는 것 만큼이나 노래방에서 외국인 만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어느 외국인은 최신곡까지 멋지게 불러 대개 흘러간 노래로 만족하는 중년의 한국인을 주눅 들게 한다. 폭탄주로도 외국인을 감동시킬 수 있지만 노래방에서 만들어지는 우정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PC방도 외국인을 놀라게 하는 한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PC방이 깔린 나라이니 서울시가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최우수 도시로 뽑혔다는 며칠 전 소식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닐 게다.
▷한국의 독특한 생활문화가 외국인에게 자랑할 만한 긍정적인 것 일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국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한국형 괴물’ 중 하나가 티켓다방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의 발표에 따르면 적어도 3만3000명의 미성년자가 티켓다방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 제대로 된 나라라면 정부가 나서 ‘티켓다방과의 전쟁’을 선포해서라도 청소년을 구출해야 옳다. 한가하게 통계수치나 발표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백날 실태를 조사해 봐야 티켓다방의 미성년자 고용 비율은 조금도 줄지 않고 있다.
▷두 달 전에는 간암 환자인 아버지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벌이에 나선 10대 자매가 티켓다방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풀려난 사연이 보도돼 많은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그뿐이다. 슬픈 사연에 눈물짓고 정부의 무대책에 분노하는 국민은 많지만 티켓다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번 청보위의 발표도 발표로만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청보위가 티켓다방 업주 및 청소년 성매매 알선업자의 상세한 주소와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니 제발 성과가 있기 바란다. 혹시 찜질방과 노래방에 매료돼 한국 문화를 예찬하는 외국인보다 티켓다방 같은 저질 문화를 손가락질하는 외국인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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