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우울의 늪을 건너는 법'…타인의 삶 모방말라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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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늪을 건너는 법’의 저자 홀거 라이너스는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인정할 때 우울의 심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피카소의 ‘늙은 기타리스트’.동아일보 자료사진
‘우울의 늪을 건너는 법’의 저자 홀거 라이너스는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인정할 때 우울의 심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피카소의 ‘늙은 기타리스트’.동아일보 자료사진
◇우울의 늪을 건너는 법/홀거 라이너스 지음 이미옥 옮김/295쪽 9500원 궁리

오늘날 ‘우울’은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절망’에 못지않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매주 쌓여가는 ‘우울증’ 관련 신간서적의 목록은 이 시대가 불확실성과 자기 불확신, 목표 상실의 중병에 걸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화’ 신드롬에 이은 ‘우울’ 신드롬인가.

이 책은 스스로 자살을 여러 번 고려했을 만큼 우울증에 시달렸던 인물의 자기치유 노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저자는 20여권이나 되는 전문서적을 쓴 건축학자. 그러나 자신의 인생은 ‘20년 넘도록 의사와의 면담시간 약속으로 메워져’ 있었으며, 20대에는 ‘목숨을 끊을 방법만 생각’했고 노트는 해골 그림으로 채워졌다고 회상한다.

오늘날까지도 그는 우울증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는 우울증 역시 신경통이나 당뇨병과 같은 일상의 ‘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발병인자를 다룰 줄 알고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면 우울증을 안고서도 살아갈 수 있으며, 잘 통제하면 남보다 잘 살아나갈 수도 있다는 것.

저자가 말하는 우울증의 원인은 ‘자신의 고유한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모방하려는’ 자세다. 이때 현실과 환상 사이의 괴리가 우울증을 낳는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자존심의 붕괴를 막을 때, 비로소 우울증의 순환 고리를 끊을 교두보가 마련된다.

경험에 바탕을 둔 그의 ‘치료법’은 꽤 설득력이 있다. 그가 권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운동. 특히 조깅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쉽게 몰두할 수 있는 단순한 노동도, 삶의 의미를 끝없이 캐묻는 암담함의 고리를 벗겨줄 수 있다. 우울증에 빠지면 어둠이 편해지지만, 억지로라도 정기적으로 빛을 쬐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인다.

힘이 들더라도 계획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고, 물건을 수집하는 일도 자신에게 적합한 생활 형태를 알려주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 외에 자신이 우울증 초기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책은 ‘검정개 블랭키의 우울증 탈출기’(베브 아이스베트 지음·명진출판). 우울증에 걸린 검정개 ‘블랭키’를 내세워 주인공이 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따귀 맞은 영혼: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궁리)은 우울증에 앞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갖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 사람들 사이에 마음을 상하게 하는 요인들과 그 내면적 과정을 분석, 상처를 덜 입으면서 주관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울해하는 당신에게’(노무라 소이치다로 지음·아카데미북)는 대학병원 신경과 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우울증 환자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표, 그래프 등을 이용해 담아낸 점이 미덕. ‘굿바이 스트레스! 웰컴 석세스’(클레어 해리스 지음·이가서)는 조직생활에서 비롯되는 우울증에 대해 조언하는 책. 일과 중의 스트레스 및 이에 수반되는 우울증, 공허감, 폭식, 알코올 의존 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국내 필자의 책으로는 ‘왜 나만 우울한 걸까?’(김혜남 지음·중앙M&B)가 있다. 모든 게 귀찮다는 이른바 ‘귀차니스트’, 거식증 또는 폭식증 환자, 집착증 환자 등이 갖는 우울증적 요소들을 짚어내며 치유방법을 제시한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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