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입력 2003-11-21 17:10수정 2009-10-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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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블랙잭 테이블. MIT의 수재들은 비상한 두뇌와 철저한 훈련으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접수’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벤 메즈리치 지음 황해선 옮김/349쪽 9700원 자음과모음

●블랙잭을 아십니까

카드 게임 ‘블랙잭’은 딜러와 플레이어가 두 장 이상의 카드를 받아 카드에 쓰인 숫자의 합이 21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숫자의 합이 21 이상이면 무조건 진다. J, Q, K는 숫자 10으로 계산하고 에이스(A) 카드는 1로도 11로도 사용된다. 플레이어가 A와 9, 딜러가 Q와 8을 가졌다면 각각 20과 18로 플레이어의 승리다. 블랙잭도 다른 카지노 도박들과 마찬가지로 ‘딜러(카지노)’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게임이다.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확률적으로 딜러가 돈을 따게 돼 있다는 뜻이다.

●천재들의 확률 게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주인공인 MIT 출신의 ‘수학천재’들은 카지노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게임으로 블랙잭을 선택했다. 그것은 블랙잭이 ‘연속 확률’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딜러는 카드 통(슈)에 들어 있는 카드를 차례로 꺼낸다. 카드 통에는 6벌의 카드가 뒤섞여 있다.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거를 기억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수시로 뒤섞이는 6벌의 카드(312장)를 순서대로 기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방법이 있다. 카드 패를 일일이 기억하는 대신 큰 숫자(10 이상)와 작은 숫자(2∼6)로 나눠 기억하면 계산은 훨씬 쉬워진다. 이 역시 ‘천재’들이나 가능한 일이지만…. 이른바 ‘카드 카운팅’으로 불리는 이 수법은 전문 도박사들이 카지노를 공략해 온 전통적 방법이다.

●허를 찔러라

왕년의 ‘카드 카운터’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블랙리스트 1순위에 오른 MIT의 퇴직 교수 미키 로사(가명)는 카지노를 무너뜨리기 위해 MIT 출신 수재들로 팀을 꾸렸다. 로사의 팀은 카드에 소질이 있어 보이고, 카지노의 주목을 덜 받을 만한 외모를 가진 학생들을 ‘포섭’해 팀원을 늘려갔다. 수재들은 빈 강의실에서 몇 주 동안 로사로부터 ‘카드 카운팅’ 훈련을 받은 뒤 라스베이거스로 ‘출격’했다.

팀원 한 사람이 잔돈을 잃어가며 카드를 기억한다. 유리한 기회가 오면 신호를 보내고 다른 팀원이 뭉칫돈을 걸어 돈을 번다. 카드 카운팅을 하는 사람과 돈을 거는 사람이 다르면 눈치 채기 어렵다. 이들은 한 판에 40만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반격

하지만 카지노측도 녹록하지 않았다. 이들은 1994년부터 약 5년간 라스베이거스와 시카고, 애틀랜틱시티 등을 돌아다니며 카지노를 휩쓸었지만 결국 라스베이거스 보안전문가들에게 꼬리를 밟히고 만다. 팀원들 대부분이 주중에는 건실한 학생이나 직장인이지만, 주말에는 전문 도박사로 ‘이중생활’을 했다. 팀원들은 카지노에서 철저하게 서로를 모른 척 했지만, 카지노는 이들이 늘 함께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는 승승장구하는 ‘블랙잭 팀’의 정체를 밝혀냈고, 미국 전역의 카지노에 그들의 사진을 뿌렸다. 팀은 깨졌고 이중생활은 끝났다. 그들은 다시 카지노를 찾을 수 없게 됐다.

책은 실화를 기초로 했지만 소설이다. 이 팀의 존재는 2003년 9월 ABC방송에 보도되면서 미국 전역에 화제를 뿌렸다. ‘눈먼 돈’을 노리는 것은 카지노 주인들뿐만이 아닌 셈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요지경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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