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연례안보협의]파병 원칙만 있고 합의는 없었다

입력 2003-11-17 18:48수정 2009-09-2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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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에게 비전투병을 중심으로 3000명 이내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7일 이라크 파병문제에 관해 철저히 말을 아꼈다. 이날 열린 제3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전후해 언론의 관심은 온통 그의 입에 쏠렸지만 그는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을 뿐 한국측 안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가타부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의 감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정부는 미국이 한국측 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했으나 SCM 공동성명엔 그에 관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서울 용산미군기지의 이전에 관한 협상은 당초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결렬됐고, 미군 재배치 문제는 기존의 합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래서 한미가 발표한 내용보다는 발표하지 않은 커튼 뒤의 이야기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서로의 입장만 교환했을 뿐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SCM 직후 열린 합동기자회견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추가 파병 결정에 감사의 뜻을 표명하고 파병의 세부 사안은 각국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기본원칙을 강조했다. 즉 파병 규모와 성격은 파병국이 주권국가로서 결정할 사항이며 이에 대해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답변이 한국 정부의 추가 파병안을 수용하는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론적 답변만을 되풀이한 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일단 미국이 한국의 의견을 존중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SCM에서 우리측은 3000명 이내의 재건지원 부대를 뼈대로 한 두 가지 파병안을 미측에 제시했고 국내 여론 등의 이유로 최종 결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미측은 한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국은 일단 규모나 성격과는 상관없이 한국의 파병 결정 자체를 원칙적으로 수용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초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요청했지만 이라크 현지 상황의 급격한 악화로 동맹국들이 잇달아 파병 결정을 철회하거나 시기를 연기하는 상황을 감안해 한국의 어려운 입장을 수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비록 공병과 의무병 위주로 구성된 한국의 파병안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한국이 영국(약 1만명) 다음으로 많은 군대를 보내려고 하는 만큼 한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한미가 최종 파병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는 이번 SCM에서 파병 규모와 성격에 최종 합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그에 관한 구절이 전혀 없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의 안에 강한 불만을 표명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추가파병 결정에 원칙적인 사의만 표명했을 뿐 한국의 파병안에 대한 일체의 평가를 유보한 것은 파병 규모와 성격을 둘러싼 양측간 이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이 한국의 파병안에 난색을 표시하고 이라크 현지 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결국 파병 문제는 미국이 한국의 제안에 실제로 어떤 반응을 보였고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지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 재배치▼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병력 수’가 아닌 ‘능력’에 중점을 둔 변화가 이뤄질 것이며 이는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추진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성공적인 억제와 방어를 위해선 병력 수가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을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한 침략을 억제하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3만7000여명의 주한미군을 남한에 고정 배치하는 개념에서 탈피해 주한미군을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 ‘신속대응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부대의 규모보다 ‘기동성’을 중시하는 ‘럼즈펠드 독트린’을 계속 추진해 주한 주일미군에 대한 개편작업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래 견지해 온 동아시아 미군 10만명 유지 정책을 비판하고 첨단무기로 무장한 정예화된 소수 병력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반세기간 대북 억지력을 주임무로 삼아온 주한미군의 역할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용산기지 이전 등을 통해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2개축으로 집중되는 과정에서 일부 병력이 감축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올해부터 110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주한미군에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첨단 전력을 배치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기지 이전과 함께 조만간 양측간에 주한미군의 재편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전 이후 미국은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군사력 증진을 목표로 해외주둔 미군을 급격히 줄여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독일과 일본 다음으로 대규모 병력인 주한미군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산기지 이전▼

한미 양국은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용산기지 이전에 관해 합의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협상 과정이 순탄치 못했음을 감추지 않았다.

양측은 당초 올 초부터 5차례에 걸쳐 진행해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 결과를 토대로 이번 SCM에서 기지 이전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었다.

합의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에 남게 될 잔류 기지 규모를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미측은 용산 근무 미군 7000여명 중 서울에 잔류할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장병 1000여명과 이들의 가족, 군무원 등 6000∼7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 병원 학교 등을 건설하기 위해 28만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체 용산기지(약 81만평)의 30% 이상에 해당되는 규모로 당초 양측이 용산기지의 20% 안팎인 20만평 정도를 잔류기지 규모로 잠정 합의했던 것보다 늘어난 것이다.

미측은 최근 서울 정동 구덕수궁 터의 주한 미대사관 청사 및 직원 숙소 신축계획이 문화재 보호 문제로 무산 위기에 처하자 8만평 규모의 기지 내 대사관 숙소와 부대시설 부지를 반환할 수 없다고 강하게 나왔다.

특히 미측은 한국이 28만평안을 거부할 경우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도 경기 오산과 평택으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은 국민정서상 20만평 이상은 수용할 수 없고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이전도 안보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이전도 하나의 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며 “추가 협의를 통해 양측이 만족하는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한미 SCM 공동성명 요약▼

1.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에 추가병력을 파견하고 2007년까지 2억6000만달러의 재건비용을 제공키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2. 조영길 국방장관과 럼즈펠드 장관은 정전협정과 유엔사령부가 한반도 평화에 긴요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3. 두 장관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협의에서 합의한 서울지역 주한 미군의 이전, 연합군사능력 증강, 군사임무 전환, 주한 미군 재배치의 완전이행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4. 두 장관은 서울 소재 주한 미군의 조기 이전에 관한 합의가 이번 SCM 전에 체결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

5. 럼즈펠드 장관은 앞으로 3년간 한국 방위에 직접 관련된 110억달러의 군사력 증강계획 이행을 재확인했다.

6.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 정부의 뜻에 따라 10개의 군사임무를 한국군으로 전환한다는 합의를 확인했다.

7. 두 장관은 주한 미군을 한강 이남 2개 권역으로 2단계에 걸쳐 재배치하고 통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8. 두 장관은 북한이 경제악화에도 불구하고 범세계적 안보위협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9. 두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게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10.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에 안전보장 및 핵우산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을 재확인했다. 두 장관은 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에 동의했다.

한미간 SCM 주요 쟁점 및 협의결과
주요 쟁점한국 입장미국 입장
용산기지의 잔류기지 면적16만∼20만평 28만평
이라크 추가파병3000명 이내의 공병 의무병 위주로 구성된 재건지원부대파병시기는 내년 4∼5월현지 안정화 작전 수행을 위한 전투병 위주 치안유지부대 파병시기는 내년 2월
미2사단 특정임무 이양10개 중 8개 이양 합의, 나머지 2개는 점차 이양좌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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