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부활의 3점슛 보라”…'떠돌이 농구인생' 정인교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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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어온다. 해마다 이때 쯤 되면 그는 농구 시즌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올해 개막일은 25일. 벌써 그리됐는가.

프로농구 삼성 정인교(34·1m82·사진)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뛴다. 어쩜 이번이 농구 인생의 마지막 무대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프로농구가 시작된 97년부터 뛴 정인교는 올해까지 8시즌 동안 5차례나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나래→기아→코리아텐더→모비스를 거쳐 올 8월 삼성으로 옮긴 것. 프로농구에서 그보다 팀을 많이 바꾼 선수는 없다. 코리아텐더에선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재계약에 실패해 1년 동안 수련선수로 전전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유랑 생활 속에서 좌절하며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지만 결코 농구공만큼은 놓을 수 없었다. “실패하면 할수록 농구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떠돌이 인생’에서 배운 것도 많았다. “그만큼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는 뜻 아닐까요.”

여러 유니폼을 입으면서 많은 지도자와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코트에서 황혼이라는 30대 중반.

“삼성은 분명히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 아닙니까. 올 시즌을 마치면 계약기간도 일단 끝나고…. 몇 분을 뛰던 이를 악물 겁니다. 은퇴하기 전에 우승 한번 해야죠.”

삼성에서 최고참인 정인교는 새 별명 하나를 얻었다. ‘노인네’다. 새벽잠이 없다고 후배들이 붙여줬다.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체육관을 찾아 불을 밝힌다. 텅 빈 코트를 50바퀴 돌다보면 어느새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요즘 훈련량은 20대 초반의 한창 때를 웃돈다.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하루 네 번. 1일 슈팅량은 500개. 삼성 김동광 감독은 “그동안 고생하면서 많이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후배들까지 잘 이끌어 줘 대견스럽죠”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참고 기다린 자에게 언젠가 기회는 오지 않겠습니까. 내년에 큰 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자랑스러운 아빠, 남편이 되고 싶고 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팬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습니다.”

부활을 꿈꾸는 ‘사랑의 3점 슈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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