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언론 정부 지원 의도 뭔가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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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및 분권화시대를 맞아 지방언론의 건전한 발전이 균형 있는 지역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통합신당과 개혁당,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지역신문발전지원법안’이 지방언론 활성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지는 의문이다. 지방신문에 정부기금을 지원하겠다는 이 법안은 잘못 운영될 경우 권언유착(權言癒着)을 조장하는 악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문화관광부 장관이 위촉하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의도부터 의심스럽다. 정부출연금 및 융자금 등으로 경영과 배달망 구축까지 지원하겠다니, 정부 입맛에 맞는 지방신문을 골라 특혜를 주려 한다는 시비를 피할 수 없다. 언론의 생명이랄 수 있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잃은 신문이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특히 지원 우선대상 기준으로 ‘노사 동수 참여의 편집규약 시행’을 명시한 것은 지원 의도를 의심케 한다. 노측의 편집 및 경영권 참여를 조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정부가 해당지역 언론의 편집권에 간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 아닌가. 편집규약은 당사자 계약 원칙에 따라 노사가 합의할 사안이지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이 법안이 총선을 앞둔 시기에 제출된 것도 석연치 않다. 대상 신문의 상당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호남지역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 법안은 비판적인 지방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선심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지방언론이 분권화시대의 핵심이어서 도와 드려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지방언론을 도와서는 안 된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지나친 ‘긴장관계’를 고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방신문을 정부가 지원해 ‘코드’를 맞추려는 시도로 보이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새로운 형태의 언론 회유 및 탄압책으로 기록될 수 있는 이 법안 처리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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