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야구명장 기죽인 ‘40대조조’… SK 조범현 감독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02분


코멘트
검게 그을린 피부에 짧게 깎은 머리, 이글거리는 눈매가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조범현 감독. 하지만 이런 그의 외모와는 달리 어머니 같은 자상함과 데이터 야구의 치밀함이 오늘의 SK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인천=원대연기자
검게 그을린 피부에 짧게 깎은 머리, 이글거리는 눈매가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조범현 감독. 하지만 이런 그의 외모와는 달리 어머니 같은 자상함과 데이터 야구의 치밀함이 오늘의 SK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인천=원대연기자
올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 조범현 SK 감독(43). 13일 낮 자택 근처인 인천 연수구 연수동 롯데마트에서 만난 그는 세수도 하지 않은 채였다. “이거 부끄럽구먼. 감독 되고 나서 는 건 술뿐이야. 어제는 정말 모처럼 허리띠 풀고 마셨지.”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조 감독의 눈가에서 코스모스 같은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올 시즌은 10년처럼 길었다. 시즌 초 선두를 질주했지만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며칠마다 한 계단씩 순위가 떨어지던 후반기.

정말 괴로운 나날들이었다. 급기야 4위 자리까지 위협받았지만 겨우 팀을 추슬러 한 장 남은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가을의 기적’을 엮어냈다. SK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만년 하위 팀. 도대체 조 감독이 무슨 조화를 부렸을까.

#‘야구의 신’도 놀란 조범현 야구

김성근 전 LG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김응룡 삼성 감독으로부터 ‘야구의 신’이란 찬사를 들었다. 이런 김 전 감독도 12일 SK가 플레이오프에서 기아에 3연승을 거두자 “내가 SK 감독이었다면 그만큼 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같은 이유로 야구인들은 지난해 겨울 SK가 선동렬 삼성 코치를 사령탑으로 앉혔다면 이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감독이 제일 열심히 공부해야죠”

‘조범현 야구’의 핵심은 ‘사부’ 김 전 감독으로부터 전수받은 데이터 야구. SK가 포스트시즌에서 전력상 열세를 뒤엎고 삼성과 기아를 연파한 것은 바로 조직야구의 승리였다.

조 감독은 스미스가 나올 것이란 주위의 예상을 깨고 제구력 투수인 채병룡을 기아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냈던 ‘깜짝 카드’ 김영수는 아예 엔트리에서 빠졌다.

3차전에서 이진영을 2번, 김기태를 3번에 올린 것은 올 플레이오프의 진수. 조 감독은 경기 전 “기아 선발인 리오스가 왼손타자의 몸쪽에 붙이는 공을 끔찍이도 선호한다. 몸쪽 공에 강한 왼손타자로 정공법을 펼치겠다”고 말했고 그의 작전은 족집게처럼 적중했다.

삼성을 상대로 포스트시즌 사상 첫 트리플 플레이를 연출했고 기아전에선 역시 사상 처음인 김민재의 홈스틸이 나온 것도 조 감독의 순발력을 입증한 것.

#프로야구판에 불어 닥친 ‘조범현 효과’

이제 조 감독은 더 이상 무명이 아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느새 다른 구단의 정책 결정에도 직간접의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다.

두산은 선 코치의 영입을 포기하고 조 감독의 78학번 동기이자 포수 출신인 김경문 코치를 감독으로 내부 승진시켰다. 롯데가 김용철 감독대행 체제를 접고 양상문 LG코치를 전격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 바로 ‘조범현 효과’다.

이제 조 감독은 한국시리즈라는 야구인생 최고의 무대를 앞두고 있다. 상대는 현역 최고의 승부사로 평가받고 있는 현대의 ‘여우’ 김재박 감독. 앞선 두 팀과는 사뭇 무게가 다르다.

조 감독은 “한 수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 빛났다.

조범현 감독은 누구

▽생년월일=60년 10월 1일생

▽출신교=충암고-인하대

▽가족관계=부인 성상희씨와 2녀

▽선수경력=OB(82∼90년) 삼성(91∼92년) 615경기 출전 타율0.201(1091타수 219안타) 12홈런 107타점

▽지도자경력=쌍방울 코치(93∼99년) 삼성 코치(2000∼2002년) 현 SK감독

▽기타=77년 봉황대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최우수 선수(MVP),85년 시즌최고 도루저지율(0.514)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