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 이야기]꽉찬 달이 기울지 않네요…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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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을 이끌고 진료실을 찾아 온 엄마.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선생님. 아이가 벌써 몇 달 째 생리가 없어요. 검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왜 그러는 거죠? 결혼해서 아기를 낳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죠?”

생리불순이다. 한방에서는 불규칙한 생리상태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 ‘선기내다(先期來多)’. 월경의 주기가 짧아지고 자궁에 어혈이 많이 쌓여 생리통 등을 동반하는 경우다. 둘째가 ‘후기내소(後期來少)’. 월경의 주기가 자꾸 길어지고 체내에 음혈이 부족해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냉하며 빈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세번째 ‘혹전혹후(或前或後)’는 기혈(氣血)이 문란해 자궁 주변의 ‘음액’이 조화롭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대체로 몇 달 씩 생리가 없는 경우는 기혈이 허해 자궁이 차가운 두번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생리를 있게 하는 ‘통경제(通經劑)’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능사는 아니다. 일시적으로 생리가 원활해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궁을 냉하고 건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유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기(氣)를 돋우기 위해 황기나 인삼 등을 주재료로 한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복용하고 자궁 주변의 혈액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당귀나 천궁을 주로 한 ‘보궁탕(補宮湯)’을 함께 먹도록 한다. 이는 ‘달이 차면 기우는’ 이치처럼 몸의 균형감을 바로 잡아 정상적인 생리가 이뤄지도록 하는 처방이다.

최근 월경이 없는 ‘무월경’을 호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과도한 다이어트나 스트레스, 막중한 업무량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생리가 불규칙하다면 우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부터 점검해야 한다. 자궁의 건강이야 말로 여성 건강의 척도이다.

최은우 서울 홍제동 가정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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