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기다려 메이저리그…내가 간다”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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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큰 곳으로 가겠습니다.”

2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팬들 앞에 선 이승엽(27·삼성)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 한마디로 사실상 삼성과 대구 팬들과의 이별을 공식선언한 셈이었다. 그는 “더 큰 곳으로 가 열심히 뛰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소화함으로써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아무런 장벽이 없다. 포스트시즌만 소화하면 곧바로 빅리그 구단들과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2일 터뜨린 아시아 홈런 신기록으로 이승엽의 주가는 한층 높아졌다. 소속 에이전트사인 SFX는 이승엽이 홈런을 터뜨린 뒤 미리 준비한 자료들을 AP, 로이터 등 주요 외신사에 보냈다. 이날 저녁 외신사들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상세한 보도로 ‘대리홍보’를 해줬다.

이승엽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에이전트 존 킴은 3일 인터뷰에서 “어제 저녁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인터뷰 요청도 들어왔다. 미국 현지에서도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승엽 신화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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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X는 메이저리그 구단들과의 협상에서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 킴씨는 “현재 10개 구단에서 이승엽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10개 구단 가운데 이승엽은 자신이 가고 싶은 팀을 꼽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킴씨는 “가고 싶은 구단을 얘기했지만 이를 밝힐 수는 없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팀과의 협상과정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루수 공백이 생기는 데다 한국교민이 많은 LA다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일단 1순위에 올라 있다.

미국프로야구 진출이 기정사실화된 이상 이승엽이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도 관심사. 삼성 김응룡 감독은 “일본의 마쓰이 히데키만큼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마쓰이의 메이저리그 데뷔 성적은 타율 0.287에 16홈런 106타점.

홈런 수가 예상보다 적지만 이승엽의 ‘사부’인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는 “승엽이도 홈런을 욕심내기보다 일단 타율에 신경을 쓰고 중장거리형 타자로 변신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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