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27)이 애타게 기다리던 아시아홈런 신기록(56개) 작성에 또다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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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뜰채로 걷어내면 ‘홈런인가, 아닌가’ |
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기아-삼성전. 경기 전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에도 광주구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팬들의 관심은 물론 이승엽의 홈런. 가장 먼저 들어찬 오른쪽 외야 스탠드에선 이승엽이 ‘국민타자’인 점을 감안, 태극기까지 휘날리며 열렬한 응원전이 펼쳐졌다.
광주구장은 95년 5월 2일 이승엽의 프로 첫 홈런이 터졌던 곳. 지난달 25일 올 시즌 55호 홈런이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승엽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광주구장이었지만 이날은 홈런포가 끝내 터지지 않았다. 경기 전 이승엽은 55호 홈런을 빼앗아낸 이날의 선발투수 기아 김진우와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6일 전 이승엽으로부터 방망이 하나를 얻은 뒤 공교롭게도 55호 홈런을 빼앗겼던 김진우는 또다시 “승엽이형, 방망이 하나 더 달라”며 애교를 부렸다. 이승엽은 “가진 게 별로 없다”며 아테네올림픽 예선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 가면 주겠다고 응답. 김진우는 “홈런이 터지면 내가 외야로 달려가서 공을 받겠다”고 농담하는 등 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이들의 승부는 프로답게 냉정했다. 1회 첫 타석에선 가운데 안타로 이승엽의 승리. 4회와 6회엔 내야땅볼로 김진우의 승리였다. 김진우는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과 주무기인 파워 커브로 세 차례 맞상대한 이승엽에게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나서기 전 숙소에서 룸메이트인 현재윤과 손을 맞잡고 기도까지 올리며 간절히 홈런을 기원했던 이승엽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4타수 1안타. 그의 방망이 끝은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 때문인지 날카롭지 못했다. 이승엽은 2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대구 롯데전에서 아시아 홈런 신기록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과연 지난해 한국시리즈 6차전의 동점 3점포처럼 극적인 홈런이 터질지….
이 경기에서 기아는 김진우의 7이닝 3안타 무실점 역투에 힘입어 삼성을 5-0으로 누르고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지어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3위 삼성은 4일부터 4위 SK와 3전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광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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