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환율에 웃고 유가에 울고

  • 입력 2003년 9월 28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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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유가 충격’이 몰아친 증시에서 ‘대표급 경기방어주’로 통하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KT&G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시에서 ‘공기업 3총사’로 통하는 이들 기업은 최근 환율하락 때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세가 몰렸던 종목. 추석이후 15일부터 24일까지 7∼10%의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유가가 급등하면서 계산이 약간 복잡해졌다. 이들 기업의 연료비에서 유가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존하는 ‘악재’와 ‘호재’의 비중을 따지는 투자자들의 복잡한 심리를 반영하듯 이들 기업의 주가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 3% 이상 떨어졌던 한전 주가는 26일 2% 넘는 반등세를 보였다. 반면 전날 상승했던 가스공사와 KT&G 주가는 26일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기업 3사의 주가 전망에 조심스러운 ‘낙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원유 급등에 따른 우려보다는 환율 변수에 따른 수혜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환율·유가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높은 배당수익률, 안정적인 현금흐름, 주가 저평가 등의 복합 호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다.

골드만삭스 증권은 26일 한전에 대해 “역사적으로 주가와 유가 사이에 거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한전의 내년 이익 감소분은 2.5%에 불과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까지 떨어지면 내년 순익은 22%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가스공사도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전량 수입하고 올 상반기 외화부채가 2억 달러에 달하는 등 원화 강세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임유승 연구원은“가스공사는 국제 가스가격 변동에 따라 소매가격을 조정해 정부가 정해준 마진에 맞춘다는 점에서 유가변동 방어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G의 경우 매출중 내수비중이 94%에 달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별로 영향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이창목 우리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인 하향세를 보이는 반면 유가는 단기 급등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면서 “경기방어주의 주가 향방을 판단할 때는 환율 변수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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