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계 "역차별" 반발…"현금결제에 혜택 더주다니"

  • 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38분


정부가 최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신용카드보다 소득공제폭이 큰 현금영수증 카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신용카드 업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게다가 세원(稅源) 확보를 위해 선진국에도 전례가 없는 자금결제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보다 현금 써야 이익=이르면 내년 하반기 현금영수증 카드제가 도입되면 개인이 현금을 쓰고 신용카드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면 사용 내용이 국세청에 통보된다.

또 연말에 현금사용 내용이 집계돼 총급여액의 10%를 넘긴 사용액의 25%를 소득공제 받는다. 본인뿐 아니라 소득이 적은(소득세 과세표준 100만원 이하) 부모와 배우자, 자녀의 현금거래액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신용카드업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신용카드는 총급여의 10%를 초과한 금액의 20%에서 15%로, 직불카드는 10% 초과액의 30%에서 25%로 소득공제폭이 줄었기 때문. 상대적으로 현금을 쓰는 편이 유리해 신용카드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A신용카드 관계자는 “몇 년간 내수 확대와 자영업자 세원 노출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해 오던 정부가 이제는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는 셈”이라며 “최근 들어 적은 돈도 신용카드로 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다시 현금을 넣고 다니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세금확대 위한 새 결제방식 성공할까=정부가 현금영수증 카드제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찾아내 세금수입을 늘리려는 것. 또 카드발급 남발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인 국민대 법대 김문환(金文煥) 교수는 “결제수단에 자주 변화를 주는 것은 경제 전체에 부담 요인이 된다”면서 “세계적으로 전례가 전혀 없는 현금영수증 카드는 실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1980년의 가계수표제, 1994년의 ‘데빗카드’ 등 경제환경에 맞지 않게 정부가 인위적으로 도입했던 결제수단이 대부분 실패해 수백억원의 도입비용만 날렸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세원 노출을 꺼리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현금영수증 카드제로 흡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개인의 소비정보를 정부가 독점함으로써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는 현금영수증 카드제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백운찬(白雲瓚)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현금영수증 카드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신용카드 업계가 다소 위축될 수 있지만 현금수입 업종의 세원을 노출시켜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법개정에 따른 소득공제 폭 변경내용
현행개정
신용카드총급여 10% 초과액의 20%총급여 10% 초과액의 15%
직불카드 〃 30% 〃 25%
기명식선불카드없음 〃 25%
현금영수증카드 〃 25%
※신용카드 직불카드 기명식선불카드는 2003년 12월 1일 이후 거래분부터, 현금영수증카드제는 2005년 1월 1일 이후 사용분부터 적용하는 것이 목표. 다만 현금영수증 카드제는 재정경제부가 가능한 한 2004년 하반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 - 자료:재정경제부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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