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조직 선거운동 부작용 크다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34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이나 후보자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구성, 운영되는 사조직에 대해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활성화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규정을 악용한 각종 사조직이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누구든지 후보자를 위해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선거철만 되면 연구회 동우회 산악회 청년회 조기축구회 등의 이름으로 특정후보를 위한 수많은 사조직이 생겨나 음성적 활동을 해온 게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법을 고쳐 자발적 사조직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기로 한다면 얼마나 많은 단체들이 모습을 드러낼지 우려된다. 이 중에는 겉으로는 자발적 사조직을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특정후보나 정당의 사조직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선거브로커들이 사조직을 만들어 특정 후보나 정당에 손을 내미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상황이 전개돼도 선관위나 검찰이 자발적 사조직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선관위는 ‘특정후보와 관계없이 스스로 활동자금을 마련해 운영하는지가 단속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음성적 돈거래가 판치는 정치판에서 철저한 감시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조직이 선거와 정치에 끼치는 해악은 크다. 관리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등 혼탁 불법 선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선거 후에는 논공행상에 따르는 인사의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사조직을 동원했다가 선거 후에 덜미가 잡힌 사례가 비일비재한 게 우리의 정치현실이 아닌가. 부작용을 완벽하게 해소할 수 없다면, 어떤 명분을 붙이더라도 사조직에 의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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