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梁 실장 향응과 폭로의 진실은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33분


코멘트
양길승 대통령제1부속실장 파문은 향응 장면이 촬영된 비디오테이프가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대통령비서의 공직 기강해이 차원을 넘어 현 정권 핵심부를 둘러싼 ‘권력 갈등’의 한복판으로 진입하는 듯하다. 양 실장이 교묘하게 설치된 덫에 걸렸다는 음모론에서부터, 수사기관의 채증(採證) 테이프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이제 진상을 규명하지 않은 채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는 없게 됐다.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음험한 기획’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룸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은 내부인이 아니면 촬영하기 어렵고 양 실장 일행의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데다 카메라의 초점도 양 실장에게 맞춰져 있다. 익명 뒤에 숨어 언론기관을 옮겨가며 집요하게 제보한 방법도 예사롭지 않다.

비디오테이프 소동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본질은 양 실장이 받은 향응의 대가성 여부다. 물론 음모설과 같은 소모적인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비디오테이프를 촬영하고 공개했는지도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양 실장의 해명서에는 탈세, 미성년자 성매매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청주 K나이트클럽 이모 사장이 술자리에 동석한 경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양 실장은 이 사장이 수사를 받고 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주요 범죄 피의자가 경영하는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그가 경영하는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잠을 잤으니 선의의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장의 혐의 사실과 함께 그가 무슨 목적으로 양 실장 향응 모임의 기획 및 후원에 관여했는지도 가려져야 한다.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지만 음모론의 시각에 사로잡혀 ‘몰래 카메라’의 촬영 경위를 밝혀내는 데만 집착한다면 이는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사건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대통령비서 중 비서’를 둘러싼 도에 넘는 향응과 미심쩍은 폭로의 진실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