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대표 체포동의안 정상 처리해야

  • 입력 2003년 7월 1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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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가 제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세 차례나 소환에 불응한 이상 검찰로서도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정치권과 검찰이 어쩔 수 없이 막다른 골목에서 충돌하는 양상이 됐지만 아직 길이 없지는 않다.

정 대표가 당장 검찰에 출두하는 게 최선이다. 이달 말을 넘기지 않겠다는 식으로 시한을 정할 것도 없다. 정 대표가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면 검찰도 꼭 그를 구속해야 하는지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집권당 대표가 아닌 일반인이라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이 원칙 아닌가.

정치권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게 차선이다. 가부간에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법적 매듭이 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벌써 조짐이 좋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끼는 의원들이 많아 체포동의안을 마냥 묵혀둘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 현재 국회계류 중인 한나라당 박명환,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불처리 방침을 내비쳐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정치권은 또 한번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고 국회는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7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곧이어 8월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고 그 다음엔 정기국회가 기다리고 있어 정 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연말까지도 ‘회기 중 불체포특권’의 보호막 아래서 검찰 수사를 회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최악이다. 집권당 대표가 그래서야 향후 집권당은 물론 정부의 영(令)이 설 리가 없다. 현 정권의 개혁도 희화화될 게 뻔하다.

정 대표 체포동의안은 정치권의 관행화된 부패와 법(法)경시 풍조가 빚은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정치권과 검찰이 각자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라도 정치권이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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