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66…아메 아메 후레 후레(42)

  • 입력 2003년 7월 13일 17시 10분


코멘트
“그래, 너는 어디 가는데?” 남자는 윗도리와 바지 주머니를 누르고 두드리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비틀면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후쿠시마에 있는 군복 공장에요”

“조선 사람들은 내지 지향이 강하다고 하던데. 당신이 인솔자요?” 오른손으로 가방 속을 뒤지면서 물었다.

“그렇소” 사냥모 쓴 남자는 낮고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불이 붙어 있는 꽁초를 구둣발로 비볐다.

“아이쿠, 이거 수고가 많소이다. 나는 대련에 있는 니혼바시 심상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사람인데…아이쿠, 이거 안동 도서관에 두고 왔나…저…미안하오만 담배 한 개비만 얻을 수 있겠소이까…”

“예있소” 남자는 나무와 산 모양이 그려져 있는 녹색 담뱃갑을 톡톡 두드려 한 개비를 꺼냈다.

교사는 등을 쭉 펴고 담배 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이고는 뱉어내기를 아까워하듯 조금씩 코로 내뿜었다.

“역시, 담배맛은 국산이 최고라니까. 내가 늘 피우는 담배는 실은 미녀패(美女牌)인데, 어떤 건 맛이 괜찮고, 어떤 것 형편없고. 한 7할 4푼 정도는 맛이 없어요”

“만주산 담배는 조악하기로 유명하지. 미녀패도 그렇고 고향, 갈매기, 극광…” 사냥모 쓴 남자는 미도리에 불을 붙이고 성냥을 창밖으로 던졌다.

교사는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보면서 한 모금 빨고 후훗 웃었다. 그 바람에 연기가 흩날렸다. 이번에는 흔들흔들 얼굴 앞으로 피어오르는 연기의 움직임을 즐길 여유가 있었다.

“이제 30분이로군. 항상 손목시계를 교단에 풀어놓고 수업을 하니까, 봉천 역에 도착하면 정확하게 얘기가 끝날 테니, 두고 보시오”

이건 남만주 교육회의 보충 교육본에도 실려 있는 유명한 얘긴데, 정부는 대륙 개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일본 전국에서 청소년을 모집해 이 대륙으로 보내고 있어요. 제일 첫 해인 1938년에는 3만, 40년에는 1만, 42년에는 1만3천, 이렇게 계속 보내고 있는데, 신경 같은 대도시로 파견되는 자도 있고 러시아의 지배 하에 있었던 하얼빈이나 흑하(黑河)로 파견되는 자도 있고, 가도 가도 끝없는 허허벌판인 북만주의 대평원으로 파견되는 자도 있어요. 이렇게 열차를 타고 그냥 지나치면 그저 끝없는 벌판밖에 보이지 않지만, 괭이와 가래로 파내면,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른다고 합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흙이, 이삼십년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족히 작물이 자란다는, 그야말로 옥토라는군요”

글 유미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