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송태곤 5단 '병역혜택' 계기 논란

  • 입력 2003년 7월 11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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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곤 5단
송태곤 5단
"앞으로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려면 후지쓰배에서 내야겠어요.”

최근 기사실에서 만난 한 10대 기사는 부러운 듯 말했다.

송태곤 5단이 최근 후지쓰배 결승에 진출해 ‘병역 혜택’을 받은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군대 3년의 공백은 기사들이 정상급으로 발돋움하는 데 치명적인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프로기사가 병역 혜택을 받은 것은 1995년 이창호 9단에 이어 두 번째다. 송 5단은 4주간의 훈련만 받으면 나머지 2년여 동안은 ‘한국기원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 계속 기전에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병역 혜택 대상을 둘러싸고 바둑계에서 미묘한 반응이 일고 있다.

현재 병역법 시행령 49조에서 혜택 대상이 되는 세계기전은 응창치배, 동양증권배, 후지쓰배 등 3개 기전으로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 시행령이 만들어진 1995년 이후 생긴 LG배 세계기왕전, 삼성화재배, 춘란배 등은 병역혜택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응창치배는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기 힘들고 동양증권배는 현재 없어진 상태. 결국 병역 혜택을 받으려면 후지쓰배가 최선이다.

한 기사는 “국내 예선을 거쳐 세계대회에서 준우승까지 할 정도의 기사는 바둑계에서 꼭 필요한 인재”라며 “대회 상금 규모나 지명도로 봤을 때 LG배나 삼성화재배 등에서도 병역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 문화관광부 등 소관 부처는 “세계대회가 생길 때마다 병역 혜택 범위에 넣어주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원은 우승상금 1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국제 기전에 한해 병역 혜택을 주도록 하는 안을 관계부처에 요청할 예정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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